직방맨 또 험지로…“고향에 안철수 이기러 왔다” [금배지 원정대]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
안철수 버티는 분당갑에 출사표
쏘카·직방 거친 스타트업 기업가
“‘판교구’ 신설 공약으로 승부수”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만 40세의 정치 신인인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에게 올해 총선은 벌써 두 번째 도전이다. 2020년 총선 때는 당내 공천 단계에서 좌절을 경험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벌써 본선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도전 지역이 야당에게 험지라는 것.
여 전 부사장은 21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병에, 이번 22대 총선에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에 분당갑으로 공직자후보자검증을 신청해 심사를 통과했다. 험지를 돌아 다시 험지로 온 것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로 권락용 전 경기도의원, 추승우 전 서울시의원도 이미 도전장을 냈기 때문에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여 전 부사장이 분당갑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성남은 여 전 부사장이 초·중·고를 나온 고향이다. 그리고 쏘카·직방 등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의 임원을 지낸 경력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를 품은 분당갑에 안성맞춤이었다.
어릴 때부터 정치인을 꿈꿨던 그는 2012년 공채 당직자로 입당해 강남구의회 의원, 대통령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을 지내는 등 정치 경험도 갖췄다. 현실 정치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IT산업 경력을 모두 갖춘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은 안 의원의 대항마로 주목받을만 하다.
“중도 넓히는 정치인 살려야죠”
그러나 그가 강남구의회 의정활동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다. 여 전 부사장은 2014년부터 강남구를 ‘전기차의 메카’로 만들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자고 공무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추진했다”며 “이같은 선도적인 역할이 저격수 역할에 가려진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여 전 부사장은 본인의 ‘저격수’ 경험이 역설적으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고 한다. 여 전 부사장은 “저격 정치로 내가 뜰 수는 있지만 남는 것은 없었다”며 “혐오와 증오의 정치를 청산하고 ‘플러스 정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애플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데, 한국 정치는 상대방 약점만 찾아 흠집 내는 ‘마이너스 정치’ 경쟁을 한다”고 지적했다.
여 전 부사장은 자신이 몸담은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86 운동권 정치 청산’이다. 여 전 부사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정치를 민주당 때리기용으로 쓰면서 오히려 86 운동권들이 되살아났다”며 “86 운동권 청산론이 오염돼 이제는 말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아야 할 당을 비판하면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는 “여선웅은 민주당의 중도 지지층 30%를 대변하고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라며 “민주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지, 이 목소리를 죽여서야 되겠나. 오히려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전 부사장은 설사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더라도 8월에 이어질 민주당 전당대회서 최고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진보적 실용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당내에서 계속 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현역은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지역구가 분명하다. 그러나 여 전 부사장은 3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민주당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제3지대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물론 ‘개혁신당’의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까지 함께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여 전 부사장은 “이럴 경우 분당갑에서 제3지대는 이준석의 신당 느낌이 강할 것”이라고 봤다. 안 의원과 이 위원장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 위원장이 유세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결국 제3지대가 가져가는 표는 국민의힘쪽 표가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여 전 부사장은 분당갑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안 의원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 여 전 부사장은 얼마 전 “안 의원은 선거철만 되면 ‘의사 코스프레’를 한다”며 “진짜 의사라면 흉기 테러로 생사 고비를 넘나든 환자를 향해 재판에 나가도 된다고 권유할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안 의원이 페이스북에 흉기 피습 이후 퇴원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판결을 지연시키려는 방탄용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여 전 부사장은 총선 필승카드로 ‘판교구 신설’을 제시했다. 판교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혁신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전국적으로 브랜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판교구 신설은 행정구역의 단순 신설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창의적이고 우수한 자원이 많이 배출되는 판교를 혁신 성장의 가장 중추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 전 부사장은 노후 신도시 재건축을 통한 도시 업그레이드도 뺴놓지 않았다.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근무했던 만큼 여 전 부사장은 자신을 부동산 정책 전문가라고 자평했다.
여 전 부사장은 “단순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욕망을 무조건 투기로 터부시하는 철학을 바꿔야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이미 주택은 현실에서 소비되고 있고 시장이 됐다. 주택 공급은 시장친화적으로 바꾸고 정부는 금융 측면에서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여 전 부사장의 의정 활동 구상도 AI 등 혁신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 전 부사장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는 윈도 이후 최고의 컴퓨팅 혁명”이라며 “한국은 AI 산업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을 10년간 이끌 산업이 AI인데, 한국이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게 집중적으로 성장·육성해야 하는 시기”라며 “규제법보다 진흥·육성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대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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