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년 만에 北 선박 독자제재... "원유 밀수출로 핵 개발 지원"

윤석열 정부 출범 15번째 독자제재
북한 선박 11척, 개인 2명 및 기관 3개 지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21년 북한이 공해상에서 기존의 ‘선박 대 선박’ 환적뿐 아니라 항구에서 물품을 주고받는 ‘직접 운송(direct delivery)' 사례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회피하면서 원유 밀수출을 한 북한 선박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선박에 대한 제재 조치는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외교부는 원유 밀수출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선박 11척, 개인 2명 및 기관 3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선박 명칭은 남대봉, 뉴콩크, 유니카, 싱밍양 888, 수블릭, 금야강1, 경성3, 리톤, 아사봉, 골드스타, 아테나호다. 이들 선박은 △북한 선박과의 해상 환적 △대북 정제유 밀반입 및 석탄 밀수출 △대북 중고선박 반입 등의 행위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이들 선박들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지목했다. 이 중 7척은 전문가 패널이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뉴콩크와 유니카호의 경우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독자제재 지정에 나섰다. 유니카 유조선은 2022년 9월 북한 남포항 서쪽 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접선하는 등 2019년 이후 최소 23차례 북한이나 북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항해해 석유를 불법 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으로는 백설무역 소속 박경란과 리상무역 민명학 총사장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박경란은 중고선박과 정제유를 북한에 반입, 민명학은 대북 불법 해상환적 활동 및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이버, IT 인력을 포함한 노동자 송출, 무기거래, 금융거래 등 불법활동에 관여한 대상을 대거 제재한 데 이어 해상분야까지 포괄하는 촘촘한 제재망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