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붙잡힌 '46억원 횡령' 건보공단 팀장…7일만에 조기 송환

도주 1년4개월만에 검거…이후 불안 증세 보여
고가 물품 발견안돼 …암호화폐 환전 판단 자금 '추적'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최 모(46) 씨가 17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송환되고 있다. 2024.1.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46억원을 횡령한 후 필리핀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이 도주 1년4개월 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경찰은 검거 후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점과 해당 사건의 사회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일주일 만에 조기 송환했다.

경찰청은 요양급여 등을 횡령한 뒤 암호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전 건보공단 팀장 A씨(45)를 17일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당초 피의자 송환은 필리핀 이민국 내부 사정으로 인해 최소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검거 이후 면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필리핀 이민국과 조기 송환을 위한 교섭에 착수했다. 또한 해당 사건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수사를 위해 신속한 신병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이민국을 설득했고 조기송환이 성사됐다.

강원 원주혁신도시 내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팀장으로 재직하던 A씨는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요양기관의 채권 압류 등으로 지급이 보류됐던 진료 비용 46억원을 모두 7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후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은 이 중 7억2000만원을 회수했지만 39억원가량은 A씨가 암호화폐 등으로 바꿔 가져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22년 9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A씨에게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고 약 1년4개월간 집중 추적한결과 A씨가 필리핀 마닐라 고급 리조트에 투숙 중인 사실을 확인해 체포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과 함께 은신 중인 A씨의 동선과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세탁물 배달원 등 현지 정보원을 활용해 A씨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등 세부 계획을 수립해 검거에 성공했다.

A씨가 투숙한 객실 등을 수색한 경찰은 간단한 소지품 외에 다량의 현금이나 고가의 물품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횡령 자금 중 상당액을 암호화폐로 환전했을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은 "필요하면 계좌 동결 조치 등 범죄수익금이 환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