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로마, 무리뉴 경질→새 감독으로 구단 '전설' 데 로시 선임

맹봉주 기자 2024. 1. 1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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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무리뉴가 물러난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주제 무리뉴가 떠났다. 이번에도 한 팀에 오래 있지 못했다.

AS 로마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무리뉴를 감독직에서 경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리뉴 감독은 2021년 5월 AS로마 60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2년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우승을 해냈고 지난 시즌엔 유로파리그 결승에도 올라갔다. 하지만 16일 무리뉴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이 팀을 떠난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곧 새 감독 선임이 이어진다. AS 로마는 "새로운 1군 팀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 대한 업데이트가 이어질 예정이다"라면서 구단주 댄 프리드킨과 라이언 프리드킨이 말을 옮겼다. 이들은 “무리뉴 감독이 AS 로마 지휘봉을 잡은 이후 보여줬던 열정과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AS 로마에 있는 동안 함께했던 멋진 추억을 항상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무리뉴 감독에 이은 AS 로마 차기 사령탑은 구단 전설 다니엘레 데 로시다. AS 로마는 데 로시와 올해 6월 30일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데 로시는 AS 로마에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활약한 전설이다. 프란체스코 토티와 함께 AS 로마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오랫동안 뛰었다. 선수 시절 이탈리아 대표팀과 AS 로마의 중원을 이끄는 미드필더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토티 은퇴 후에는 AS 로마 주장 완장을 차기도했다. AS 로마 역대 최다 출전 2위 기록 보유자다. 1위는 토티다.

다만 AS 로마에서 마무리는 썩 좋지 않았다. 미국인 경영진이 AS 로마에 합류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마 전통을 배제한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데 로시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AS 로마 유소년팀을 거쳐 2001년 성인팀에 데뷔한 데 로시다. 토티 밑에서 부주장을 맡았다. AS 로마에서만 615경기를 뛰었다. 코파 이탈리아 2회. 수페르 코파 이탈리아 1회 우승을 차지했다. AS 로마가 데 로시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표면적인 이유는 36살이나 된 나이였다. 그러나 데 로시는 더 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곳곳에서 데 로시를 영입하겠다며 구애 경쟁을 벌였다. 세리에A AC밀란, 삼프도리아, 볼로냐 등에서 관심을 보였다. 미국 프로축구(MLS) LAFC가 손을 내밀었지만, 받지 않았다.

원 클럽맨을 포기한 데 로시는 은퇴도 고려했지만,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이어 2020년 선수에서 은퇴했다. 은퇴 후엔 지도자 길로 접어들었다. 2021년 3월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로 합류하며 지도자 데뷔 첫발을 뗐다. 이후 당시 이탈리아 2부리그였던 스팔 감독으로 부임했다.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물러났고 AS 로마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경질 소식에 무리뉴 감독은 눈물까지 보였다. 이탈리아 칼치오메르카토 등 현지 취재진들이 촬영한 영상에서 무리뉴 감독은 차량 안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현장에 모인 일부 팬들도 무리뉴 감독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보였으며, 차량이 떠날 때 무리뉴 감독의 응원가를 불렀다. 무리뉴 감독은 앞서 경질 통보 직후 SNS에 유로파리그 컨퍼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진과 함께 "Arrivederci Roma(안녕 로마)"라고 적어올렸다.

무리뉴 감독은 2023-24시즌에 AS 로마 감독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끝내 3년 차 징크스를 극복 못했다. 무리뉴 감독에겐 3년 차 징크스가 있었는데 또 한 번 증명됐다. 경질 이유로는 성적 부진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AS 로마는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9위에 있다. 시즌 반 바퀴를 돌았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대항전 진출권 6위와 승점 4점 차이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을 수 있는 4위와의 승점 차는 5점이다.

▲ 다니엘레 데 로시.

승점 차이는 적었지만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이기지 못했던 AS 로마는 4라운드 엠폴리전에서 7-0으로 이기며 반등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토리노전에서 승점 1점만 따낸 이후 제노아에 3골 차 대패를 기록했다. 한동안 연승에 안착했지만 상위권 도약을 위해 이겨야 했던 인터 밀란, 라치오 등에 연거푸 패배하며 승점을 잃었다.

제노아에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한 이후 무리뉴 감독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AS로마는 과거를 위해 노력하려는 견고함을 잃었다. 내 커리어에서도 최악이다. 우리는 이 상황을 탈출해야 한다. 이제 더는 이적할 수 없고 누구도 떠나거나 합류할 수 없다. 슬퍼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이 팀 분위기 개선을 외쳤지만 특별하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 5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라치오에 패배해 탈락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결과와 컵 대회에서 라이벌에 패배하자 AS로마 고위층이 결단을 내린 거로 보인다.

2024년 6월에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와 계약이 끝난다.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 AS 로마와 동행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포르투갈 매체를 포함한 다수에 따르면 무리뉴 감독이 AS 로마와 계약이 끝나면 팀을 떠날 거란 설이 있었다. 실제 “내년 6월 30일에 계약이 끝나지만 현재로서는 재계약을 맺을 것 같지 않다. AS 로마 구단 내에 평온한 분위기를 해치는 건 불안정성이다.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열정을 잃었고 자부심으로 로마에 남아 있다는 게 이탈리아 현지 여론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올 시즌까지 완주한 뒤 팀을 떠날 것 같았지만 6개월을 남겨두고 경질되며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 주제 무리뉴.

무리뉴 감독은 2002-03시즌 FC포르투를 이끌고 톱 클래스 지도자 잠재력을 보였다. 2년 차에 리그 우승, 컵 대회 우승, UEFA컵을 따내면서 트레블을 만들었다. 이후 첼시에 지휘봉을 잡고 프리미어리그에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 빅클럽을 이끌면서 2년 차에 최고 성적을 냈다. 인터 밀란에선 2009-10시즌 트레블을 만들었고 레알 마드리드에선 극강의 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더블을 했다. 첼시에 다시 돌아왔던 시절에도 2년 차에 프리미어리그와 컵 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며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한때는 스페셜 원으로 불리며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를 거치며 한 단계 내리막 길을 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엔 첫 부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제패했는데 두 번째 시즌에 우승컵 없이 끝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리그컵 결승전을 앞둔 2년 차에 경질돼 팀을 떠났다. AS 로마에서도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우승컵을 따낸 건 첫 번째 시즌이었다.

세계적인 명장에서 한 칸 내려왔지만, 무리뉴 감독에겐 토트넘 시절 아픔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팟캐스트 '오비 원 팟캐스트'에 출연해 "토트넘은 5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한 적이 없는 팀이었다. 우승을 해보지 못했던 구단이 결승전 이틀 전에 경질했다. 어이가 없었다. 토트넘이 마지막 우승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결국 결승전을 치르지 못했다. 상대 팀이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잡은 적이 있다.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계획을 세우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법인데, 난 첼시를 이끌고 웸블리 스타디움을 갈 때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3번 웸블리에 가 두 번 우승했다. 웸블리에서 기록이 상당히 좋았다. 경기장 분위기도 잘 알고 있었다. 큰 경기를 치르기 전엔 편안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경기장이 너무 크다고 느끼면 경기를 치를 수 없다"라며 날을 세웠다.

▲ 무리뉴.

토트넘뿐만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였다. 무리뉴 감독은 "내가 지적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다. 선수, 코칭 스태프 모두 포함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같은 말을 했을 때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팀에 있었다. 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무리뉴 감독이 유럽5대리그 팀과 결별하면서 차기 행선지에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업적이 있었기에 유럽 중상위권 팀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톱 레벨은 아닐 것이다. 토트넘에서 경질된 이후 곧바로 AS로마 지휘봉을 잡은 걸 보면 아직은 무리뉴 감독을 향한 러브콜이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거론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유럽 커리어를 끝낼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팀이 무리뉴 감독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안했지만 AS로마에 잔류한 이력이 있다. 무리뉴 감독도 언젠간 사우디아라비아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거란 말을 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 종료 후 주제 무리뉴 감독은 AS 로마를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로운 팀을 찾은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소문은 많이 났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복귀설부터 사우디아라비아행 등 다양하다”고 밝혔다.

무리뉴도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난 언젠가 사우디아라비아리그에 합류할 것이다. 그곳에서 감독을 할 거다. 다만 그날이 당장 내일이나 모레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 복귀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무리뉴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있었다. 그는 “내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대신해 레알 마드리드로 간다고?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의 감독을 데리고 있다. 왜 다른 감독을 앉히려 하겠나? 난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머물길 바란다. 레알 마드리드에겐 완벽한 감독이다”고 안첼로티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 다음 행선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여름 무리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부터 주급 50만 파운드(약 8억 2,000만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제안받았다. 감독으로선 축구 역사상 최고 대우였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거절하고 AS 로마에 남았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지난 휴가 때 난 축구 감독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거절했다. 선수, 팬들, 구단주와 약속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어떤가. 나를 둘러싼 반응이 전혀 달라졌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AS 로마도 상황이 좋지 않다. 향후 후반기 일정을 선장없이 치러야 한다. 정식 감독이 필요한 상황에 AS 로마 전설 다니엘레 데 로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가올 여름엔 무리뉴 감독 시절 AS 로마에 입단했던 로멜루 루카쿠, 후이 파트리시우,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 등 주요 선수들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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