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혼돈 속 펀드 개시한 카뱅…비대면이라 괜찮나?

유진아 2024. 1. 17. 0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뱅 최초로 펀드 판매…쉬운 설명 등 강점
"부당 권유 없어 안전" vs "상품 이해여부 판단 어려워"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중 처음으로 펀드 판매를 개시했다. 이에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없는 카카오뱅크가 불완전판매 우려 없이 투자상품을 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은행권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등 투자 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어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카뱅, 인터넷전문은행 첫 펀드 판매 도전 

어제(16일)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펀드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첫 자체 라이선스 기반 투자 서비스다. 그간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국내주식 투자·해외주식 투자·채권 및 발행어음을 통한 약속한 수익 받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번 펀드 판매 라인업을 구축하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투자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총 6가지다. 주로 선진국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아시아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미국 배당 주식과 채권에 집중하는 펀드, 금 ETF에 투자하는 펀드, 미국 기업 채권 위주 펀드, 공모주와 국공채 투자 펀드 등이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아 '펀드 판매 서비스' 출시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은행권이 대거 판매한 홍콩 H지수 편입 ELS 상품이 대규모 손실 위험에 빠지면서 영업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판매 절차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커졌다. 최근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에서 올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는 등 우려했던 ELS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면의 경우 소비자가 투자상품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직접적으로 판단이 가능한데, 비대면의 경우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소비자가 제대로 상품 설명서를 읽고 동의를 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 "비대면이라 안전"…부당 권유 없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놨다는 것이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투자 경험이 없는 고객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입 전 반드시 '투자성향 분석'을 거쳐야 한다. '투자 가능 금액', '투자 경험' 등 7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면 절차와 마찬가지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객 성향 대비 위험한 상품은 가입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 '투자성향 분석' / 사진=자료화면 캡쳐

또 상품 설명은 정확하고 쉽게 전달한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매입', '환매'와 같은 투자설명서의 어려운 용어를 '투자', '출금'으로 설명한다. 상품 안내 페이지에서 펀드의 주요 특징을 '세줄 요약'해 제공한다. 고객 문의가 많은 내용은 '자주 하는 질문'에서 사전 설명한다.

가입 시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퀴즈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펀드 가입 후 월별 리포트를 통해 '수익률', '펀드 포트폴리오 변동'을 제공해 투자한 상품 현황을 알기 쉽게 서비스할 계획이다. 고령 투자자 등을 위한 추가 보호 장치 마련도 검토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낯선 펀드 투자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출시 이후에도 쉬운 설명과 모니터링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통해 고객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도 비대면 판매의 경우 '부당 권유'에 대한 우려가 낮다고 보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면과 비대면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대면의 경우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에 대해 위험하지 않은 예금과 비슷한 상품이라고 구두 설명이 가능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읽고 동의를 누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비대면 상품 가입의 경우 투자상품 대면 권유를 하지 않고, 원하는 금융소비자가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펀드에 가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대면이라도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아예 없는건 아니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가령 고객 성향 대비 위험한 상품은 가입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에 '투자성향 분석'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투자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원금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라고 답변 시 '고객님 해당 답변 시 가입 승인이 거절됩니다'와 같은 멘트를 팝업으로 띄우면 이 역시 비대면에서도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이라도 완전히 불완전판매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