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머위

여론독자부 2024. 1.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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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늙으신 어머니 두고 온 시골집이 내내 눈에 밟히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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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서울경제]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늙으신 어머니 두고 온 시골집이 내내 눈에 밟히시는군요. 자식들 여럿이어도 모시기 어려운 사정 있고말고요. 오래전에 아버지 사업 망하지 않았다면 고향집에서 온 가족 도란도란했을까요. 앞집 뒷집 낯설고 앞마당 뒷마당 없는 아파트 절벽에 모시면 행복했을까요. 자식도 멀고 귀도 멀어 깜깜한 어머니 생각느라 당신 입도 소태같이 쓰군요. 머위에 쌓이는 빗소리가 그 댁의 살아온 내력이군요. 낳아 기른 공덕과 낳아 기른 죄 사이, 머위 쌈이 쓰기만 하다면 왜 입맛이 돌까요.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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