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머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늙으신 어머니 두고 온 시골집이 내내 눈에 밟히시는군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전에 망한, 지금은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홀로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늙으신 어머니 두고 온 시골집이 내내 눈에 밟히시는군요. 자식들 여럿이어도 모시기 어려운 사정 있고말고요. 오래전에 아버지 사업 망하지 않았다면 고향집에서 온 가족 도란도란했을까요. 앞집 뒷집 낯설고 앞마당 뒷마당 없는 아파트 절벽에 모시면 행복했을까요. 자식도 멀고 귀도 멀어 깜깜한 어머니 생각느라 당신 입도 소태같이 쓰군요. 머위에 쌓이는 빗소리가 그 댁의 살아온 내력이군요. 낳아 기른 공덕과 낳아 기른 죄 사이, 머위 쌈이 쓰기만 하다면 왜 입맛이 돌까요.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려동물 옷·가방 명품으로 휘감는다…반려동물 양육비 얼마나 드나 봤더니
- '국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아침마다 먹는다는 '식품들', 어떤 효과 있길래 [셀럽의 헬스]
- '집중호우 예상 못해 놀랐다' 기상청장 사직까지 한 '이 나라'…폭풍우 얼마나 심했기에?
- 메스가 '덜덜덜' 떨리는데…'음주 수술' 의사들 처벌 못하는 이유가
- '경찰 못 믿겠다' 농민들 새우잠 자며 '금값' 딸기 지키고, 해병대전우회까지 순찰 도는 김해 딸
- 11㎏ 뺀 신지, 45㎏ 유지 비결로 꼽은 이 운동…다른 효과도 있다는데 [셀럽의 헬스]
- '더 살아서 뭐 하나' 폭행 당해 실신한 60대 경비원, 영상 올린 10대 고소했다
- '고(故) 이선균 사건, 이해하기 정말 어렵지만 한국서는 '이것' 때문에 가능'
- '미국 역사상 처음' 미스 아메리카에 '태권도 검은 띠' 이 여성 뽑혔다
- 5세 남아, 호텔 수영장 물에 빠져 '뇌사'…끝내 숨졌는데 호텔 측 입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