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강정호에 SOS' 막막했던 115억 거포가 흘린 구슬땀, 사령탑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잘할 겁니다"
지난 2008년 처음 프로의 무대를 밟은 뒤 2015시즌까지 단 한 번도 1군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던 김재환은 2016년 '깜짝' 37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김재환의 앞날은 탄탄대로였다. 김재환은 이듬해 35홈런을 터뜨리더니, 2018시즌에는 139경기에 출전해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104득점 타율 0.334 OPS 1.06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냄과 동시에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만큼 좋은 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김재환은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2019시즌 136경기에서 15홈런 타율 0.283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던 것이다. 하지만 부진은 잠깐이었다. 김재환은 3할 타율로 복귀하지는 못했지만, 2020시즌 30홈런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알렸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2021시즌에도 137경기에서 27홈런 102타점 타율 0.274 OPS 0.883으로 '4번 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재환은 없어선 안 될 존재였던 만큼 두산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합계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특히 보장금액이 무려 110억원에 달했던 것은 김재환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김재환은 초대형 계약을 맺은 만큼 각별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 나갔다. 하지만 김재환의 성적은 분명 아쉬웠다.
김재환은 FA 계약을 맺은 첫 시즌 128경기에 출전해 23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나, 타율은 0.248로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2018년 MVP로 선정된 후 줄곧 성적이 하락하는 모양새였으나, 2022시즌의 낙폭은 매우 컸다. 그리고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김재환은 이승엽 감독의 믿음 속에서 132경기에 출전했는데, 10홈런에 머무른 것을 물론 타율도 0.220까지 추락했다. 김재환의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최하위였다.
총액 115억원이라는 큰 계약 이후 줄곧 부진에 빠지자 김재환은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 바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훈련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던 것만이 아니었다. 김재환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감독과 함께 '특타'를 진행하는 등 2년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훈련을 가져갔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은 지난해 가을 열심히 땀을 흘렸고, 12월에는 강정호에게 가서 레슨도 받을 만큼 간절하다. 김재환이 팀에서 위치를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준비의 과정이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지난 1~2년 부진했던 것을 털어내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단단해져서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본인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양의지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은 이승엽 감독과의 훈련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레슨장을 훈련하고 있는 前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에게 레슨을 받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42주년 창단 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재환은 미국에서 강정호와 함께 훈련의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해 묻자 "성과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잘하고 왔다. 일일이 설명은 안 되겠지만, '잘 배운 것 같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있다. (미국에) 다녀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승엽 감독과의 훈련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시간을 많이 쏟고, 코칭을 해주셨다. 너무 영광이었다. 훈련량이 많았던 것을 떠나서 내용이 있는 연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훈련의 양이 많다고 잘한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많이 했던 것과 함께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내용이 너무나도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024시즌 KBO리그는 많은 것이 변한다. 김재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요소는 시프트 금지다. 평소 당겨치는 타구가 많았던 김재환에게는 1루와 2루 사이에 모든 내야수들이 밀집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유격수와 3루수의 경우 2루 베이스를 넘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는 김재환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재환은 "시프트 제한은 분명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대로 지난해 공이 안 나가는 상황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것이 마이너스가 됐다. 외부에서는 반대 방향(3루 쪽으로) 밀어 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시도를 했던 1년이었다. 반대 방향으로 안타를 치려고 했을 때 안타가 나오더라도 내 밸런스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되면 안 좋은 폼에 몸이 적응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를 가져가려고 했던 것 등에서 스스로를 못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김재환은 "타석에 들어서면 '어디로 공을 쳐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간이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외야로 공이 가면 펜스 앞에서 잡힐 것 같았다. 내야수들도 굉장히 뒤에 있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안 좋은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강한 타구가 나왔을 때 반 발, 한 발의 차이가 글러브를 뻗는 시간을 비롯해 차이가 크다. 변화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겨우내 김재환이 부활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이승엽 감독도 믿음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김재환이 부진했을 때의 '플랜 B'를 묻자 "김재환이 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