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GG' 김하성이 바꿔놓은 韓 야수의 '인식'…'181도루' 김혜성도 ML 입성하면 '개척자' 될 수 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KBO리그 출신 내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김하성. 김혜성도 '선배'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빅리그의 개척자가 될 수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는 16일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김혜성은 이날 오전 고형욱 단장과 면담에서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혜성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에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입단 첫 시즌에는 16경기에 출전하는데 머물렀던 김혜성은 2018년부터 본격 주전으로 거듭났는데, 그해 3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빠른 발을 과시했고, 타율 0.270의 성적을 남기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김혜성은 프로 무대에서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2019년 타율 0.276을 기록한데 이어 2020년에는 타율 0.285를 마크했다. 그리고 2021년부터 '3할 타자'로 거듭났다. 김혜성은 144경기에 출전해 170안타 66타점 99득점 타율 0.304 OPS 0.739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김혜성은 무려 4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을 기록한 김혜성은 2022시즌부터는 4할 이상의 장타율을 마크하는 등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2022시즌에는 129경기에서 164안타 34도루 타율 0.318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총 세 차례나 태극마크를 다는 기염을 토했다. 김혜성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BPC)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해 3월 WBC를 시작으로 시즌 중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승선하는 등 다소 가혹한 일정 속에서도 김혜성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뽐냈다. 김혜성은 137경기에 출전해 186안타 25도루 타율 0.335의 성적을 남겼고,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WBC에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주장'으로 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거는 등 김혜성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해라고 봐도 무방했다.
김혜성은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2023시즌이 끝난 후에는 이정후까지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김혜성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빅리그에 도전해 '꿈'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16일 고형욱 단장과 면담을 진행한 끝에 2024시즌이 종료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인 야수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 이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역할이 매우 크다. 김하성은 지난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21억원)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에는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 등의 적응에 애를 먹으며 타율 0.202로 허덕였다. KBO리그에서 30홈런을 쳤던 선수의 성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김하성은 2년차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겨우내 쉬지 않고 구슬땀을 흘렸고, 2022년 150경기에서 130안타 11홈런 타율 0.251 OPS 0.708의 성적을 남겼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타격 능력과 함께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될 만큼 탄탄한 수비를 겸비한 김하성의 가치는 2022년부터 눈에 띄게 상승했다.
절정을 찍은 것은 2023년. 김하성은 140안타 17홈런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의 활약과 함께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게되자, 현지 언론에서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후에는 1억 달러(약 1337억원) 이상의 계약을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하성이 KBO리그 야수들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번 겨울 빅리그 진출을 목표했던 이정후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1억원)의 '잭팟' 계약을 따냈다. 물론 이정후가 보유한 잠재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김하성이 빅리그 구단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했다.
특히 수비에서 김하성이 '증명'해낸 만큼 키움 시절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고,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센터 내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김혜성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게 돼 성공을 거둔다면, 또 다른 '개척자'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KBO리그에서 태평양을 건넌 대부분의 선수들은 언제든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한 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김하성, 이정후와 달리 KBO리그에서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지 못했다. 대신 통산 도루가 181개에 달할 정도로 빠른 기동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큰 변화를 겪었다. 각 베이스의 크기가 커졌고, 투수들의 견제구에 제한이 생겼다. 게다가 피치클락까지 도입되면서 빠른 발을 갖춘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도루 개수가 갖는 기록적 의미는 퇴색됐을지 모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유한 선수들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한 셈이 됐다.
이러한 점이 김혜성이 빅리그에 입성한 뒤 성공을 거둔다면, 뛰어난 컨택 능력에 빠른 발을 갖춘 선수들도 하나둘씩 빅리그에 입성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입성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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