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대성산업 후계구도 붕괴의 진앙지 ‘디큐브시티’

신성우 2024. 1. 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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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대성산업③
2007년 대형복합단지 개발 뛰어들었다가 사달
장남 김정한, 소용돌이 와중 2015년 돌연 퇴진

2007년, 에너지 ‘한 우물’을 파왔던 대성산업은 서비스로 외도(外道)를 했다. 야심작 ‘디큐브시티(D-Cube City)’ 프로젝트다. 서울 신도림 연탄 공장 부지에 51층의 고층 아파트와 특급호텔, 오피스, 쇼핑몰, 뮤지컬 극장, 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1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복합단지로 2011년 8월 완공했다. 재앙의 시작이자 후계구도 붕괴의 전주곡이었다. 

3대 승계 선두주자였던 대성家 장손

오너 김영대(82) 회장이 대성산업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2대 경영자로서 독자적인 길을 걸은 것은 58세 때인 2000년 11월.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은 60세 때 ‘한(韓)’자 돌림 ‘정·인·신’ 아들 3형제 중 첫째를 경영에 입문시켰다. 대성가(家)의 장손 고(故) 김정한 옛 대성산업 사장이다. 

미국 루이스앤클락대에서 물리학, 영국 런던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2년 6월 모태기업 대성산업 연구개발실 이사로 가업에 발을 들였다. 30살 때다. 이사회에도 이듬해 3월 일찌감치 합류했다. 2010년 말에 가서는 대표를 맡고 있는 계열사가 대성엘앤에이 등 8개사나 됐다. 

맏아들답게 김 전 사장은 대성산업 3대 후계구도의 맨 앞에 위치했다. 2010년 6월 대성산업이 대성합동지주(존속)와 대성산업(신설)으로 인적분할되며 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사업회사 대성산업에 적을 두고 기계사업부를 맡았다. 이어 2014년 4월 사장에 올랐다. 

갑작스러웠다. 김 사장이 2015년 3월 돌연 대성산업을 떠났다. 정확한 퇴진 이유는 알려진 바 없어 알 길 없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대성산업이 휘청거릴 무렵이다. 디큐브시티가 진앙지였다. 

대성산업 가계도

부채비율 1만2700%…디큐브시티 사태로 휘청

대성산업의 야심작 디큐브시티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건설경기 침체를 거치며 사달이 났다. 수치만 보더라도 대성산업의 순익적자가 2011년 585억원에서 매년 폭증하며 2014년에는 4130억원을 찍었다. 4년간 총 8640억원에 달했다. 순차입금 1조3900억원에 부채비율이 1만2700%로 치솟았을 정도니 말 다했다.  

가혹했다. 생존을 위해 돈이 될 만한 자산을 죄다 팔아치워야 했다. 2013~2015년 오피스(1440억원), 호텔(1400억원), 백화점(2650억원) 등 디큐브시티 자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2014년 8월에는 당시 손꼽히는 ‘캐시 카우’였던 대성산업가스(현 디아이지에어가스) 지분 60%(1980억원)를 처분했다. 2017년 3월에는 40%(4560억원) 마저 넘기는 등 알짜 계열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혹독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2016년 말 자본잠식률 73.4%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년 연속 이어질 경우 퇴출 대상에 오를 수도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대성합동지주를 대성산업에 흡수통합시킨 게 2017년 8월의 일이다. 

현재는 칠흑 같은 터널에서 벗어난 상태다. 대성산업은 2020년 매출(연결기준) 8450억원에서 2021년 디에스파워 연결 편입으로 2022년에는 1조87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493억원으로 불며 3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다만 후유증은 남아있다. 순차입금이 6550억원(작년 9월 말 기준․총차입금 7850억원-현금성자산 1300억원)이다. 1~9월 이자비용만 229억원이나 된다. 부채비율은 175.92%다. 유동비율은 115.77%로 안정권 수치 200%를 밑돌고 있다.  

대성산업 재무실적

줄곧 학자의 길…차남 김인한 이대 교수

어찌됐든, 후계승계를 위한 경영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가던 김 회장의 장남이 대성산업 사장 명함을 버린 것은 이렇듯 대성산업이 디큐브시티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을 때다. 

김 사장은 퇴임 뒤 같은 해 5월에 가서는 개인 소유의 라파바이오, 대성엘앤에이, 제이헨, 포디알에스 등 4개사를 가지고 계열분리했다. 당시 지분 대성합동지주 0.39%, 대성산업 0.16%도 이 무렵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분가 1년만인 이듬해 5월 44세의 나이에 작고했다. 

김 회장 차남의 경우는 대성씨앤에스 등 몇몇 계열사에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지만 가업 경영에는 선을 긋고 지냈다고 보는 게 맞다. 줄곧 학자의 길을 걸어서다. 김인한(51) 이화여대 교수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정치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학 박사 출신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뒤 2020년 3월부터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3월부터 경북 포항의 철강업체 동일산업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대성산업가(家) 장자의 갑작스런 작고 이후 김 회장의 후계자 자리는 돌발변수가 없는 한 3남 몫이 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김신한(49) 대성산업 사장이다. 

한데,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지금의 김 사장은 후계자라 할 만한 존재감이 각인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2020년 말 부터 대성산업정기보고서 임원 명단에서 김 사장이 자취를 감췄다. (▶ [거버넌스워치] 대성산업 ④편으로 계속)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왼쪽).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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