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초고령화, 청년을 위한 종교는 있는가 [세상읽기]

한겨레 2024. 1.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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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13일 오후 전북 전주 풍남문에서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종교학전공 교수

 최근 만나 본 승려, 목회자, 사제 등 전문 종교인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과거, 특히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신도 수가 확연하게 줄었고, 그중에서도 청소년과 청년 계층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추세이지만, 종교인구의 경우는 학령인구, 노동인구 등에 비해서도 그 진행이 한층 빠르다.

한국갤럽이 1984~2021년 사이 장기적인 종교인구 현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종교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004년 47%, 2014년 50%, 2021년 60%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20~30대 종교인구 비율은 30% 언저리에 머물고 있으며, 학생에 한정해 보면 20% 정도다. 전체 인구 가운데 급속도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청년층이 종교 공동체에서는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든 사람 중에 종교에 소속된 인구가 많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를 가리키는 ‘연령 효과’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확실히 오늘날의 상황은 이례적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1989년 당시 20대였던 사람들 가운데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 정도였다. 이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종교인구의 비율이 완만하게 늘어났다. 반면 2004년 20대였던 사람들은 45% 정도가 종교를 갖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32%로 민주화 이후 가장 종교 참여가 적은 40대가 되었다. 이런 세대 간 차이는 ‘세대 효과’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종교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연령 효과, 세대 효과, 시대 효과가 모두 중첩된 결과인 셈이다.

현장에서는 통계적인 수치보다 더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적극적 참여의 감소 때문이다. 개신교에서 “가나안 성도”(교회에 “안 나가”는 신도), 천주교에서 “냉담자”(냉담 교우)라고 불리는, 특정 교파에 소속감은 가지고 있으나 특정한 공동체나 정기적 회합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는 신자들의 비중도 늘고 있다. 정기적 회합 출석 요구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불교의 경우, 가장 가시적인 지표는 출가자 수의 감소다. 최대 교단인 조계종의 연간 출가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면서 역대 최소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불교는 한국의 주요 종교 가운데에서도 고령화 진행이 가장 빨라, 출가자 감소는 재가 신도 수와 종교활동의 급속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종교 공동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노화된 집단이 되어 가다가 차츰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사회 전체의 관점으로 봤을 때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제도적 참여가 줄어든다는 것은 특별히 비극적인 일도, 긍정적인 일도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20세기에 형성된 현대종교의 형태가 21세기에도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는 종교집단이라는 특수한 사회조직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서 한국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한 모종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종교 참여자 가운데 젊은 세대가 줄어든다는 것은 고령층 중심의 종교적 서비스와 조직 문화가 더욱 공고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메시지는 더 보수화될 것이고, 의사결정 과정은 한층 권위적이 될 것이며, 젊은이들이 공동체 활동에서 얻는 효능감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조건에 처해 있는 다른 형태의 조직들―이를테면 정치결사체인 정당―에서도 유사한 딜레마를 발견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청년은 수도 적고, 권한도 미미하며, 그 때문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도 줄어든다.

종교 공동체와 정당 사이 비교 지점은 또 있다. 청년들은 이들 영역에서 일정한 요구를 가지고 있지만 기존 질서에서는 소외되어 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종교나 정당에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무관심과 냉소를 택한다. 진정한 위기는 그들이 종교생활이나 투표에 덜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기대마저 버릴 때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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