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진짜로 ‘나랏돈’ 안 들어가나요?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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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이런 데 쓰지 마라.” “세금으로 살려내라는 것 아니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채권단 설명회 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태영그룹 쪽을 향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냈을 때도, 워크아웃 설득을 위해 태영그룹이 자구안을 내놓을 때도 ‘국민 혈세가 태영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특별히 세금을 넣어서 하는 건 아니다.”(12월28일, 권대영 금융위 당시 상임위원)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은 없다.”(1월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나 공적자금, 즉 나랏돈이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 정부에 물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로 정부가 보증을 서거나 재정을 직접 넣어서 구조조정하는 사례는 없다”면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출자한 기관에 문제가 생겨 돈을 넣어줘야 하는 경우를 (일반 국민이) 일종의 ‘회색 지대’로 느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정부 비슷한 곳에서 쓰는 돈을 다 공적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삼라만상이 다 공적자금”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세금은 제쳐놓고 공적자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정부나 산업은행에서 말하는 공적자금이란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에 규정된 개념입니다. 금융회사나 기업 구조조정에 지원되는 자금으로, 정부가 출연한 예금보험기금이나 국유재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등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나 캠코가 돈을 마련할 때(채권 발행) 정부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결국 정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1990년대 금융위기 때는 이런 공적자금이 사용됐지만,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서는 투입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하지만 ‘회색 지대’라는 표현처럼 오해(?)의 여지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허그는 태영건설 사업장 14곳에 분양보증을 서고 있습니다. 만약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허그는 분양계약자들이 기존에 낸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환급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허그의 재정 상황인데요. 허그는 전세사기 여파로 2022년에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허그에 3839억원을 출자해줬고, 올해 예산에도 7천억원이 배정돼 있습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이 포함된 채권단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워크아웃 자체가 해당 기업의 노력을 전제로 돈을 빌려준 이들이 채무를 조정해주고 위기를 벗어나게 돕는 제도이기 때문이죠. 산업은행은 정부의 전액 출자로 탄생한 기관입니다. 다만 산업은행 쪽은, 초기 출자를 정부가 한 것은 맞지만 이후 산업은행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만큼 예산이나 공적기금이 태영건설에 투입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태영건설이 채권단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시작한 만큼 관건은 부실을 떨쳐내고 살아날 수 있는지로 옮겨 갔습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혈세는 정확한 법률 용어가 아니고 법률 상의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말하는) 혈세를 투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 기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 국민 혈세를 아끼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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