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림동 강간살인’ 피해자 오빠의 호소…“CCTV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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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는 사람, 씩씩한 사람, 항상 새하얀 치아를 예쁘게 드러내며 웃는 사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사람.'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를 거쳐 출근하다가 살해당한 공채민(가명)씨를,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한다.
공씨가 어렵게 언론 인터뷰를 결심한 건 "동생 같은 피해자가 다신 안 나오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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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모방의 대상’ 될까봐 가장 걱정
다른 피해 막으려면 처벌 수위 올라가야”
‘성실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는 사람, 씩씩한 사람, 항상 새하얀 치아를 예쁘게 드러내며 웃는 사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사람.’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를 거쳐 출근하다가 살해당한 공채민(가명)씨를,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한다. 채민과 함께 오랫동안 여성축구팀에서 뛰어온 현혜경(50)씨는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 피해자가 채민이란 걸 들은 뒤 제 일처럼 나섰다.
재판을 모두 방청하고, 탄원서를 작성하고, 축구팀 동료와 함께 추모 영상을 제작해 유가족에게 건넸다. “있어선 안 될 일”이 하필 그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던 탓이다.
최윤종 반성문, 사과 없고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15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채민의 오빠 공재현(37)씨와 현씨를 함께 만났다. 공씨는 동생이 떠난 뒤 하루 종일 뉴스만 봤다. 그러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런 사건·사고가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공씨가 어렵게 언론 인터뷰를 결심한 건 “동생 같은 피해자가 다신 안 나오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은 지난달 11일 마지막 공판기일이 끝난 뒤에야 반성문을 다섯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씨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재판부가) 유족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냐고 물었을 때 최윤종은 ‘안 좋게 보실 것 같다’라고만 얘기하더라고요.” 최윤종이 제출했다는 반성문에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억울함만 묻어났다.
공씨는 “동생이 아니었더라도 그날 그 자리를 지나는 여성 누군가는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최윤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을) 강간하고 싶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씨가 가장 우려하는 건, 최윤종이 그랬듯 이 사건이 누군가의 ‘모방 대상’이 되는 일이다.
공씨는 “기본적으로 성범죄 처벌 수위가 많이 올라가면 좋겠다. 성범죄는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데 (현재 성범죄 형량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반복되는 것 같다”고 했다.
“CCTV 늘려도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있다”
사건 뒤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을 찾아 ‘폐회로티브이’(CCTV) 증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씨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현역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장갑차 타고 순찰했지만 추가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느냐”며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있다. 성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신상공개 제도 역시 실효성을 강화해 잘못된 성 인식을 가진 이들이 생겨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종이 ‘은둔형 외톨이’란 점을 부각한 언론보도 비판도 나왔다. 유가족을 지원해온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사회 부적응자라고 모두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가해자가 어떻게 성적으로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등을 따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윤종의 1심 선고는 오는 22일 이뤄진다. 검찰은 최윤종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사형을 구형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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