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서 피 토한 70대 환자, 식도에서 약 껍질 나와…가족 울분

임충식 기자 김혜지 기자 2024. 1.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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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병원 측 관리소홀로 발생한 일, 진정한 사과 없어”
병원 “환자 인지능력 있었다…약 회수하려 했지만 거부”
A씨 체내 식도와 위가 만나는 지점에 나온 항생제 약 껍질.(A씨의 가족 제공)2024.1.17./뉴스1

(전주=뉴스1) 임충식 김혜지 기자 = 전북 전주시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복통을 호소하고 피까지 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알루미늄으로 포장된 약을 껍질째 삼킨 게 화근이었다.

환자 가족은 "치매 환자인 아버지에 대한 병원 측의 관리 소홀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치매 환자로 볼 수 없고,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 한 요양병원 치매 병동에 입원 중이던 A씨(79)는 지난 2022년 8월18일 오전 갑자기 극심한 가슴 통증에 시달렸다. 이후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A씨는 앞서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치매와 섬망 진단을 받았다. 사정상 해당 요양병원에 잠시 입원했다는 게 A씨 가족 설명이다.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A씨가 가슴 통증을 계속 호소하자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먼저 A씨의 폐를 검사했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이후에도 밤새 피를 토했다. 1시간 마다 종이컵 한 잔 분량의 피를 토했다는 게 A씨 가족 주장이다.

이튿날 다시 검사에 나선 대학병원 측은 A씨 체내의 위와 식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알루미늄 재질의 알약 포장지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걸 발견했다. 해당 약은 열흘 전쯤 먹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의료진은 A씨의 식도 등 상처가 난 여러 부위를 봉합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 가족은 요양병원 간호사 B씨 등 2명과 병원장 C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인지 능력이 약화된 A씨가 입에 아무거나 집어넣는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요양병원 측이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B씨 등은 종이로 포장된 처방약에 알루미늄 재질로 싸인 마이신(항생제) 알약을 한 개씩 스테이플러로 찍어 A씨에게 매일 제공했다. 사건 당일 A씨는 의료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항생제를 포장된 상태로 삼킨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덕진경찰서는 B씨 등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다만 C씨는 한방 의사로서 양방 진료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 가족은 "아버지는 대형병원에서 이미 치매 증상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한 환자였기에 병원에서 더 신경써서 관리했어야 했다"며 "의료진들이 아버지가 약을 어떻게 먹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병원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 기록을 보면 'A씨는 대량의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토함)이나 토혈(위나 식도 따위의 질환으로 피를 토함) 시 질식으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재돼 있다"며 "아버지는 이번 사건으로 식도가 파열된 데다 수술 후 누워만 계시다 근육까지 크게 줄어 걷기 힘든 상태까지 됐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병원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진정한 사과 한 마디조차 없다"며 "지난달 10일 검찰 형사 조정일에 갔더니 B씨 등 당사자들은 나오지도 않고 변호인만 출석해 '원하는 금액을 말하라'라고 하더라"고 분개했다.

A씨 가족은 현재 요양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A씨 가족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A씨는 스스로 약을 섭취할 수 있고, 충분한 인지 능력을 갖춘 상태였다"며 "A씨가 계속 집에 가겠다고 해 혹여나 병동 밖을 나가 길을 잃을까봐 차단문이 설치된 치매 병동에 배치해 더 신경써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당일에는 A씨가 아침을 안 드셨길래 식사와 함께 제공한 약을 B씨 등이 다시 회수해 나중에 드리려고 했으나 A씨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며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강제로 약을 뺏거나 약을 섭취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항생제는 병원 처방약이 아니라 A씨 가족이 원해서 제공했던 것"이라며 "사건이 벌어지고 병원 차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려고 A씨 가족에게 사과도 하고, 보상도 해드려고 했지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 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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