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깬 공적개발원조(ODA)...K-스타트업 해외진출 '새 길' 열다

류준영 기자 2024. 1.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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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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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ODA(공적개발원조)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심상찮다. 대표주자로 2019년 1월 설립된 스마트팜 솔루션 전문기업 '어밸브'를 꼽는다. 창업 3년여 만에 '베트남 하노이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해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애그테크(농업기술)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어밸브는 작물 생육에 최적화된 스마트팜 인공지능(AI) 재배시스템을 갖췄다. 그간 여러 사업자들이 베트남 시장에 덤벼들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탓에 어벨브의 성공적인 진출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겸 CSIO(최고소셜임팩트책임자)는 이에 대해 "사전 시장조사와 사업화 컨설팅, 멘토 매칭 등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맞게 사업전략을 짜고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로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현지 투자자들은 베트남 정부나 지자체와 함께 ODA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이면 이미 기업 신뢰나 기술 검증이 됐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국사회투자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시드(Seed)0 사업을 맡고 있다. CTS는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초기 창업팀을 발굴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고 현지 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사회투자는 이 사업을 통해 어벨브 외에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유류이륜차 전동화 사업을 추진한 '블루윙모터스', 우크라이나 등 개도·재건지역에서 UV(자외선) 수질관리솔루션 시장을 확장한 티에이비, 케냐에서 의약품 배송 드론 공급에 나선 '나르마'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코이카 CTS 사업은 그간 코이카가 추진해온 전통적 방식의 ODA 사업을 넘어 스타트업의 혁신기술과 전문성을 활용해 개발협력 난제를 해결하는 한편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도 가속화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연대·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경제침체로 인해 ODA는 점차 국익을 우선하는 추세"라며 "상생협력이라는 우리정부 ODA 대전제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의 혁신기술을 ODA에 도입하는 CTS는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 모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증대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투자가 CTS 사업을 맡게 된 건 태생이 NGO(비정부기구)라는 정체성과 동시에 임팩트 투자사로 우수한 실적을 보유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회사에 따르면 그간 보육 지원한 기업만 누적 기준으로 약 1104개, 누적 임팩트 투자금은 644억원에 달한다. 또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 수는 79개 이상이다.

이 대표는 "우리도 월드비전, 그린피스와 같은 NGO인데 임팩트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벤처투자업계에 독특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린피스가 환경운동을 통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사회적 임팩트를 확장시키는 접근법을 쓴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의 역량은 이 부분에 일가견이 있다. 이 대표는 국제개발협력전문가다. 2017년 한국사회투자에 합류하기 전엔 글로벌발전연구원(ReDI)에서 국내 ODA 프로젝트를 기획·연구·평가하는 M&E(모니터링 및 평가) 전문가로 활동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활약하면서 개발도상국 현지 사정에 정통했던 것이 CTS 업무에 큰 밑천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 시장과 주민들의 니즈, 사회문제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며 "CTS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한국사회투자와 코이카 현지사무소 등을 통해 현지 정부, 로컬 AC들과 컨택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현지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기획하는 데 이 같은 네트워크는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사회투자는 CTS 사업 말고도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기부금)으로 조성된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기부펀드를 운영 중이며, 이를 기후·농식품·사회서비스·임팩트 모빌리티 영역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또 투자·액셀러레이팅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ESG 평가 체계(ESG 플러스)'도 구축하고, 약 1년간의 테스트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ESG 플러스는 스타트업의 ESG 경영 수준 파악을 위해 스타트업 규모와 산업에 따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며 "이 같은 사업들을 통해 임팩트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아시아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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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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