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빨간불', 다이어만 남았다…김민재 공백+다른 센터백들 줄부상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센터백들이 또 부상을 당했다. 김민재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바이에른 뮌헨이 비상이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판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데 리흐트가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 둘 다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번 겨울 토트넘에서 영입한 에릭 다이어가 생각보다 빠르게 주전으로 나설 전망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다이어의 사진도 실었다.
계약 형태는 임대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했다. 다이어가 크게 부진하지 않는한 바이에른 뮌헨은 이 옵션을 발동할 생각이다.
다이어로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다이어의 가치는 폭락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다이어를 쓰지 않았다. 센터백 수비수들이 줄부상 당하는 가운데서도 다이어는 배제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이어가 선발로 나간 경기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토트넘보다 더 빅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 손짓했다. 바이에른 뮌헨엔 토트넘 시절 다이어의 절친이었던 해리 케인이 있다. 케인의 도움을 받는다면 팀 적응도 어렵지 않다.
다이어는 주전으로 뛰기 위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했다. 입단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놀라운 팀이다. 내가 여기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미소 띄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경쟁에 자신감이 있다. 다이어는 "내 나이는 아직 29살이다. 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최고의 시절이 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기량만 보면 주전 경쟁에서 떨어진다. 다만 현재 바이에른 뮌헨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먼저 바이에른 뮌헨 붙박이 센터백 김민재가 없다.
김민재는 2024 카타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한국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다. 한국이 결승까지 가면 1, 2월은 김민재 없이 넘겨야 한다. 또 다른 센터백 수비수 데 리프트, 우파메카노는 부상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런 점을 생각해 다이어를 데려왔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다이어는 센터백이지만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종종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좋은 대안이다"며 백업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바이에른 뮌헨은 두 팔 벌려 다이어를 환영했다. 김민재가 한국 대표팀 합류로 나간 상황에서 당장 센터백 자리가 급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 계획에 늘 있었던 선수다.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에서 귀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다이어의 개인 기량과 국제적인 경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11일 가진 인터뷰에서 "다이어는 센터백 전문가"라며 "우린 다이어를 센터백으로 보고 있다. 오른쪽이나 왼쪽뿐만 아니라 스리백으로도 뛸 수 있다. 또 몇 년 전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뛰곤 했다. 경험 상 마지막 순간에도 일은 틀어질 수 있다"며 "다이어가 현재 뮌헨에 있고 우리가 영입을 시도하는 게 사실이다. 영입을 마무리지으면 우리 수비진에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다이어는 10년 만에 토트넘을 떠났다. 1994년생 잉글랜드 출신인 다이어는 가족을 따라 10살 때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축구를 시작한 다이어는 포르투갈 명문인 스포르팅CP 유소년팀을 통해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성장했다. 프로 데뷔도 스포르팅이었다. 2012년 포르투갈 무대에서 축구 선수가 된 다이어는 이때 활약을 발판삼아 고향인 잉글랜드로 넘어왔다.
2014년 토트넘에 입단했다. 커리어 초반 주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토트넘에서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4-2015시즌부터 꾸준히 활약했다. 2018-2019시즌을 제외해면 모두 시즌당 30경기 이상씩 뛰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은 커리어 하이에 해당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토트넘 수비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매경기 주전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토트넘 내 손흥민과 가장 친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이적 초기에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중용을 받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시작으로 조제 무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입지를 넓혀왔다.
이 시기 토트넘은 주로 스리백 전술을 사용했다. 다이어는 큰 키와 체격을 바탕으로 최후방에서 수비진을 조율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나 다이어는 체격 조건에 비해 판단력과 민첩성, 스피드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기 출전 비중은 대단했지만 오히려 약점이 도드라졌다. 특히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던 지난 시즌 콘테 감독 밑에서 부동의 센터백 주전이었으나 수비 불안이 문제였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만 63골을 내주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점 6위를 기록했다. 대체로 실점 장면마다 다이어의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다. 다이어를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프리시즌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에게도 기회를 줬다. 그런데 기대 이하였다. 특히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인 바르셀로나전이 치명적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고도 2-4로 졌다. 다이어의 형편없는 수비력이 치명적이었다. 다이어는 네 번의 실점에 모두 관여하며 혹평받았다.
하지만 지난 여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의 새 사령탑이 되며 얘기가 달라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전력에서 배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새로 영입한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로 수비 센터백 라인을 꾸렸다. 결과도 좋았다. 토트넘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 동안 프리미어리그 무패를 달렸다. 8승 2무. 프리미어리그 1위였다. 다이어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간 다이어는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토트넘은 승승장구했다.
다이어의 이적설이 불거졌다. 사실 다이어 이적설은 개막 전부터 흘러나왔다. 바이에른 뮌헨이 적극적이었다. 수비 라인 선수층이 얕아 다이어를 요긴한 백업 요원으로 봤다. 토트넘 시절 다이어를 중용했던 주제 무리뉴가 있는 AS 로마도 눈독을 들였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가 나가는 건 당연해 보였다. 토트넘으로서도 잉여 자원인 다이어를 굳이 지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의 달라진 상황으로 다이어의 입지가 다시 넓어질 기회를 받았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며 토트넘은 센터백이 급해졌다. 토트넘이 다이어를 뮌헨으로 보내면 가뜩이나 얕은 선수층이 더 헐거워진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이어를 지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뮌헨은 당황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다이어 영입이 가까워진 듯 했다. 다이어 역시 뮌헨행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다이어는 내년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뮌헨으로 이적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토트넘 역시 다이어를 내보내려 한다. 다만 토트넘은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으로 다이어를 보낼 계획이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뮌헨은 김민재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게 중요했다. 다이어가 온다면 김민재로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현재 뮌헨에서 15경기 연속 풀타임 뛰고 있는 김민재는 체력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김민재 혹사 논란은 주요 논쟁거리다. 독일 현지도 김민재 혹사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의 체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재의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지금의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중앙 수비를 볼 수 있는 선수가 3명밖에 없다. 이 포지션에서 선수층이 매우 얕다. 그런 가운데 김민재는 뮌헨 주전 중앙수비수로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다. 문제는 그의 체력이다. 곧 A매치 기간이지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재는 또 경기를 뛰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뮌헨이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김민재는 쉴 시간이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컵대회를 병행하며 팀 공수의 중심에 섰다. 중간중간엔 한국 대표팀에 차출되어 A매치도 소화했다. 김민재에 대한 수비 의존도, 뮌헨의 허약한 중앙수비 선수층이 겹치며 출전 시간 조절이 안 되고 있다. 또 다른 중앙수비수 마타이스 더 리흐트는 지난 여름 네덜란드 대표팀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 결장하고 있다. 김민재와 짝을 이뤄 출전 중인 중앙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도 부상으로 쉰 경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다이어의 이적설이 터졌다. 판 더 펜 부상 이후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이어를 중용하지 않은 게 결정타다. 팀 상황과 관계 없이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 뮌헨의 핵심 수비수로 거듭난 김민재가 오는 12일에 시작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뮌헨은 다이어 영입으로 김민재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투헬 감독의 요청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 투헬 감독은 오랫동안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요청했다. 자연스레 뮌헨은 다이어 영입으로 두 가지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이 개막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철저히 배제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데려온 미키 판 더 펜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파트너로 택해 주전으로 기용했다. 과감한 변화는 성공이었다. 그럴수록 다이어는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이번 시즌 고작 프리미어리그 4경기, 198분 출전에 그치고 있다.
다이어는 시즌 개막하고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때가 많았고, 벤치로 돌아와서도 그라운드 투입은 명받지 못했다. 다이어의 시즌 첫 출전은 지난해 11월 첼시전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을 당해 급히 센터백이 필요해지자 다이어를 찾았다. 그게 전부였다. 다이어는 이후에도 급한불이 붙었을 때 잠깐 활용하는 수준으로 기용했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다이어가 짧게라도 뛴 경기에서는 꼭 실점해 여전히 안정감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이어도 이제는 토트넘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현 계약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만료된다. 자유계약으로 새로운 행선지를 찾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보다 앞서 이번 겨울에 작별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높이 평가했다. 때마침 센터백 보강이 필요해 여러 자원을 살피면서도 늘 1순위는 다이어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센터백 보강에 대해 투헬 감독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회의를 했고 다이어로 가닥을 잡았다. 다이어의 멀티 성향에 높은 점수를 줬고, 독일 적응에 용이하게 해리 케인이 뛰고 있는 부분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는 기회를 잡았다. 토트넘과 달리 바이에른 뮌헨에선 비교적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특히 김민재가 없을 땐 투헬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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