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41억 로비' 대구은행 임직원 무죄에 검찰 항소

재판부 "현지 법인이 뇌물 줘 국제상거래 아냐"
검찰 "DGB 임직원 지시로 국내서 조달" 주장

대구지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캄보디아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전날 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김 회장 등 대구은행 임직원 4명에게 무죄가 선고돼 항소를 제기했다.

김 회장 등은 2020년 4∼10월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등에 뇌물로 줄 350만 달러(한화 41억 원 상당)를 마련해 현지 브로커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로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매입하려고 했던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린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 등이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줄 뇌물로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캄보디아 법인이 캄보디아 금융당국을 상대로 벌인 로비여서 검찰이 주장하는 국제상거래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로비자금을 마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4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거액의 로비자금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국내에서 조달됐고, 형식상 캄보디아 현지 자회사를 거쳐 국제상거래에 해당한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부외자금을 조달하고 캄보디아 현지 자회사인 DGB 특수은행을 형식상으로 거친 금품수수 사안”이라며 “무죄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