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증시에 테마주 '빚투'…고삐 풀린 신용잔고 두달 새 18조 뚫었다

박승희 기자 2024. 1. 1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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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상황에도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빚을 내 테마주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1월 효과 없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위해 테마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테마주는 변동성이 특히 큰데, 빚을 내 투자를 하게 되면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에 몰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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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5거래일 연속 18조 상회…정치 등 테마주 비중 상위
위탁매매 미수금 1조1387억원 최고치…"레버리지로 손실 확대 유의"
ⓒ News1 DB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상황에도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빚을 내 테마주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테마주에 레버리지 투자를 활용할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지난 12일 기준 18조2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고 남은 돈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이달 9일 약 두 달 만에 18조원을 넘은 뒤 꾸준히 늘고 있다.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던 지난해 11월 초 신용잔고는 16조5000억원대까지 줄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고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 두 달 사이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가장 적었던 2023년 11월6일(16조5766억원) 기준, 코스피는 8조7635억원에서 9조7196억원으로 10.91% 늘었다. 코스닥은 7조8131억원에서 8조6284억원으로 10.43% 증가했다.

빚투 자금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나 정치 테마주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기준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글과컴퓨터(9.05%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과 투자 등으로 성장축을 바꾸면서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82.55% 오르며 주목받았다.

전쟁 테마주로 꼽히는 지에스이도 신용 비율이 8.79%에 달했다. 의료 관련 테마주로 거론되는 랩지노믹스(8.47%), AI 테마주로 분류된 엘티씨(7.58%) 어보브반도체(8.44%) 신용 비중이 높았다.

일부 정치 테마주도 높은 신용거래 비중을 보였다. 안철수 국회의원 테마로 분류된 써니전자(7.39%)는 코스피 중 신용비율이 세번째로 높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테마주로 꼽히는 우진(7.67%), 이낙연 전 국무총리 관련 종목으로 거론된 부국철강(7.19%)도 신용비율 상위였다.

업계는 빚을 내서 변동성이 높은 테마주 투자에 나설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위탁매매 미수금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중반 하루 평균 5000억원 수준이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지난 15일 기준 1조1387억원까지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주식 결제 후 3거래일 이내에 갚지 못한 경우 증권사가 대신 지급한 돈을 말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1월 효과 없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위해 테마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테마주는 변동성이 특히 큰데, 빚을 내 투자를 하게 되면 주가 급락 시 반대매매에 몰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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