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퀸'의 줄어든 위력, '과도기 문정원'은 자신감과 사투 중입니다

김천=안호근 기자 2024. 1. 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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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천=안호근 기자]
한국도로공사 문정원이 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KOVO
김천 한국도로공사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귀중한 승점 3을 챙겼다. 올 시즌 출전기회가 줄어들며 존재감이 줄어든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 문정원(32)의 활약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한국도로공사는 16일 경상북도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페퍼저축은행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22, 25-16, 25-2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8승 16패, 승점 25를 기록한 한국도로공사는 5위 대전 정관장(승점 33)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2승(21패)에서 더 승수를 늘리지 못하며 16연패에 빠졌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주문했다. 페퍼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서브 득점에선 5-3으로 압도하진 못했으나 리시브 라인을 제대로 흔들어 놨다. 페퍼는 22.39%로 도로공사(43.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블로킹에서도 10-5로 밀렸고 공격 성공률에서도 46%-36.73%로 뒤졌다.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정확히 8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양 팀 최다인 28점으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으나 그와 같은 공격 성공률 57.14%로 6득점한 문정원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리시브 효율 또한 50%로 빼어났다.

안정적으로 리시브를 하는 문정원(가운데). /사진=KOVO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정원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이겨서 다행이다. 휴식기 때 죽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내용도, 결과도 좋아 휴식기 이후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가장 돋보였던 건 1세트였다. 승부의 분수령이기도 했다. 블로킹 하나 포함 4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0%로 홀로 10점을 올린 부키리치보다도 높았다. 리시브 효율 53.14%로 팀 동료이자 수비 전문인 리베로 임명옥(53.8%)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는 그는 이날도 세터 이윤정에게 토스하기 편한 안정적인 리시브를 배달했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는 탓에 공격적 기여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시즌의 3분의 2를 지났지만 득점은 지난 시즌(172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감 있게 때렸다.

세터 이윤정과 호흡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윤정이한테도 많이 말하는 게 공격에서 믿음을 주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세터와 호흡이 중요한 것 같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니 그래서인지 윤정이도 더 공을 올려준 것 같다. 그래서 자신 있게 때렸다"고 전했다.

접전 끝에 1세트를 잡아낸 한국도로공사는 이후 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승점 3을 챙기는 동시에 페퍼저축은행에 16연패를 안겼다.

팀 득점 후 문정원(오른쪽에서 2번째)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사진=KOVO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문정원은 3시즌 동안 무명에 가까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2014~2015시즌 27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라는 여자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왼손잡이로 뛰어난 탄력을 활용해 뿌리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는 문정원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이날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서브 득점이 하나 있었지만 네트에 맞고 운 좋게 상대 코트에 떨어진 것이었다.

행운의 서브 득점에 대해 "안도했다. 서브 리듬감이 너무 안 좋았다"며 "내 손이 내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너무 좋아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은 강력한 서브를 요구했는데 이날따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정원은 "내가 스파이크 서버라서 미스 없이 때려줘야 하는데 감이 안 좋으면 실수를 많이 한다. 지난 경기도 미스 3,4개를 했는데 그러면 다음 사람이 부담스러워진다"며 "줄이려고 하지만 자신 없게 넣기엔 너무 찬스를 제공할 수 있어 부담이 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들어 공인구가 미카사 공으로 바뀌고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타나차와 출전 시간을 나눠가진 영향인지 서브의 위력이 줄어든 모양새다. 강력했던 서브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문정원은 "예전엔 모 아니면 도로 미친 듯이 때렸고 인 아니면 아웃일 정도였고 그만큼 경기를 좌지우지했다"며 "미스를 줄이려다보니 날카롭게 넣으려고 하고 있고 강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브를 준비하는 문정원. /사진=KOVO
그럼에도 서브퀸을 노릴 가장 강력한 후보를 꼽으라면 당연히 문정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김연경(흥국생명·3만 9813표)에 이어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은 2만 8481표를 득표한 문정원은 당당히 K스타 팀 대표로 올스타전에 나서게 됐다.

올스타전은 축제의 장이다. 득점 후 펼치는 댄스 세리머니는 이제 올스타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됐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을까. 문정원은 "왜 나에게 올스타전 이야기만 물어보시는 것인가"라고 당황스러워하더니 "진짜 몸치인데 하긴 해보려고 한다. 기대는 안했으면 좋겠다. (노래는) 팬들이 SNS에 올려준 것에서 골라서 하는 걸로 했다. 나중에 보시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서브퀸 도전도 한다. 문정원은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우스갯소리로 (김)세빈이가 나가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 시즌 흐름이 좋지 않아 이날까지 패배했다면 휴식기 아닌 휴식기가 될 뻔했다. 문정원도 이를 알고 있기에 더욱 악착 같이 경기에 나섰다. "우리도 못 이기면 못 쉰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료들에게 '지면 우린 죽는다' 바로 운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남다른 승리 비결도 공개했다.

모처럼 긴 휴식에 돌입한다. 오는 27일 올스타전을 치르고 31일 흥국생명과 홈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문정원은 "잘 먹고 잘 자고 몸 관리를 하다가 회복해서 '2주 동안 운동을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예쁜 조카가 있어서 집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문정원이 까다로운 공을 살려내고 있다. /사진=KOVO

김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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