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억→1924억' 10배 잭팟 거래 무산…롯데 '초비상'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이달 회사채 4000억 발행작업도 연기
곳간 사정도 안좋은데 꼬이는 조달 작업
"저걸 도대체 왜 샀지?"
2009년 롯데케미칼(당시 케이피케미칼)이 파키스탄 PTA(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를 사들였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이런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 거래는 롯데그룹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M&A)'으로 꼽혔다. 인수 2년 만에 배당금으로만 인수대금을 모두 회수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파키스탄 내부 분위기 탓에 매각은 무산됐다. 여기에 자회사 롯데건설 재무구조 우려도 겹치면서 회사채 조달 계획도 접었다. 6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마련 계획이 무산되는 등 연초부터 재무전략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자회사인 LCPL 지분 75.01%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매각 무산 배경에 대해 "주식 매수를 진행하기 위한 파키스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이 현지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지연됐다"며 "거래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1월 파키스탄 화학회사인 럭키코어에 LCPL 지분 75.01%를 1924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가(147억원)의 10배를 훌쩍넘는 금액이다. LCPL은 페트병과 합성섬유의 원료인 페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네덜란드 화학업체인 악소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 2011년까지 LCPL로부터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 수입을 올렸다. LCPL은 이후에도 100억~5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롯데케미칼의 LCPL 인수에 대해 "롯데그룹 M&A 최고의 거래"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LCPL 인수 성공에 고무돼 이후 파키스탄 매물을 샅샅이 훑었다. 2011년 롯데제과가 파키스탄 제과 회사인 콜손을 인수했고, 2018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파키스탄 음료 회사인 악타르를 사들인 배경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PTA를 비주력 사업으로 보고, LCPL을 매물로 내놨다.
M&A 무산에 이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달에 최대 4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여파로 발행 작업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롯데건설의 자금난 우려도 불거졌다. 덩달아 롯데건설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작업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최대주주로 지분 44.02%를 보유 중이다. 2022년에는 유동성 여건이 팍팍했던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긴급 대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의 다른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은 롯데건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출범한 특수목적법인(SPC) 샤를로트제1차와 샤를로트제2차에 3000억원을 빌려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자본시장 거래 2건이 무산되면서 최대 6000억원가량의 유동성 공백이 생겼다. 한때 '현금 부자', '무차입 경영의 화신'으로 통했던 롯데케미칼이지만 최근 '곳간' 사정은 많이 다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금액)은 4조696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작년 9월 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3조7344억원으로 분기 말 기준으로 최대다. 작년 말 부채비율이 63.9%로 낮은 수준이지만 상당수 보유 자산이 석유화학설비다. 당장 현금화할 자산이 마땅치 않다. 최근 실적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197억원으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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