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주나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임박에 직원들 '속앓이'

김창성 기자 2024. 1. 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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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LCC로 소속 바뀌는 직원들, 처우 떨어질까 좌불안석
코로나19 여파에 누적 적자 여전… 당장 개선하기 쉽지 않을 전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막바지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 미칠 여파가 주목받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EU EC는 지난해 공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올해 2월14일까지 결론짓겠다고 했다. EU EC가 다음달 중순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만 남는다.

미국과 일본은 EU 결정을 따를 것으로 전망돼 EU결정이 사실상 합병 과정의 마지막 관문이다. EU는 일부 노선 정리 등을 요구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합병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복 노선 정리, 화물사업 매각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매각대상 사업에 종사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옮기거나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 새 운수권 유력한 티웨이는 미소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표정관리 중이다.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EU에 반납하는 운수권과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도 적극적인 노선 운용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던 티웨이항공은 최근 새 기재를 도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두 항공사 합병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운영 중인 기재 30대에 2대의 대형기를 포함해 총 7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유럽 노선과 기타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서다.

오는 2027년엔 A330-300을 포함한 장거리 기재도 2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한항공에게 받을 운수권과 슬롯을 적극 활용해 제주항공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덩치가 큰 이른바 '메가 LCC' 탄생이 예고된 것은 티웨이항공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면 두 회사 계열 LCC인 진에어(대한항공 계열)와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계열)도 자연스레 통합되기 때문이다.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 등 각 사가 보유한 기재를 합칠 경우 총 54대의 기재를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68대(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에 근접하기 때문에 제주항공(42대), 티웨이항공(30대)과의 격차가 크다.


대형사-LCC 직원처우 다른데… 화물 통합 따른 부작용 우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품게 될 항공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EU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조건부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품게 될 유력한 곳으로 제주항공을 지목한다. 제주항공은 지속적으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안정적인 화물운송사업 기반을 구축하며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2년 6월 국적 LCC 최초로 화물전용기를 도입한데 이어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두 번째 화물전용기를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화물 2호기 도입으로 노선 확장은 물론 비정상 상황에도 유연히 대처하며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직원 처우 등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도입한 화물 2호기. /사진=제주항공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는 총 11대로 대한항공에 이어 2위다. 같은 기간 국제선 항공화물 매출은 1조1293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소속 직원들은 LCC로 옮겨가면 처우가 현저히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LCC가 대형사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단번에 올려 제공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된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3분기 기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직(남)은 1338명(외국인 직원, 기간제 근로자 제외)이며 연간 급여총액은 1555억3542만7000원, 1인당 평균은 1억1214만4000원이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항공운송직(남)은 1388명(기간제 근로자 제외)이고 연간 급여총액 977억4000만원, 1인당 평균은 6300만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쌓인 제주항공 누적 영업손실은 5000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득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실적, 심리적 간극이 크다"며 "합병 이후 시너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우려되는 갈등을 수습할 방법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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