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故이선균 집착한 이유 “지드래곤 불송치 후 압박감↑” (PD수첩)[어제TV]
[뉴스엔 장예솔 기자]
'PD수첩'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의 수사 과정을 되짚었다.
1월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70일, 고(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시간' 편으로 꾸며졌다.
지난해 12월 27일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이 그를 마약 관련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70일째 된 날이었다. 이후 동료 문화계 인물들은 경찰의 수사 과정과 언론이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당국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연예계 마약 파문의 시초는 제보자 신 씨였다. 신 씨는 "김 씨(유흥업소 종사자)가 이 씨(전 여자친구)한테 지속적으로 마약을 줬다. 그래서 '너 걔 만나지 마라' 했는데 계속 이 씨가 마약하고 이상한 짓을 해서 신고하게 됐다"며 "마약 투약 횟수가 되게 많은데 이 씨는 불구속 수사가 되고 이선균이랑 김 씨 쪽으로 타격이 돌아갔다. 연예계 쪽으로"라고 털어놨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신 씨의 신고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19일 김 씨를 첫 조사 했다. 그러나 김 씨의 경찰 조사가 종료된 지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선균이 마약 관련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최초 보도가 나왔다. 백민 변호사는 "입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사 단계가 언론에 알려졌다.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PD수첩'이 입수한 김 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11차례의 피의자 신문에서 경찰과 김 씨가 이선균을 언급한 횟수는 총 196번. 마약 수사 담당인 현직 경찰은 "그게 이례적인 거다. 이선균 씨 관련된 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이다. 혐의 입증과 상관없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진행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된 이선균에 대한 간이 시약 검사(소변), 모발, 체모 정밀 감정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한 달 후 또다시 이선균을 소환했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실제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는지 봐야 한다. 1, 2차 체모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수사 기밀 유출을 통해서 여론의 관심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반드시 유죄를 밝혀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이런 상태에서 이제 내사와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까 '일종의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 인천경찰청은 서면을 통해 "마약 수사는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감정 결과는 음성이 나왔으나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선균의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존재한다고 추측했다. 비슷한 시기 김 씨의 진술에 따라 마약 투약 혐의로 함께 경찰 조사를 받았던 지드래곤(권지용)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된 점이 경찰에게 압박감을 줬다는 것.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사실 지드래곤이 불송치가 되면서 수사한 경찰들 입장해서는 좀 난감했을 거다. 의욕을 갖고 언론에 터뜨리면서 지드래곤이라는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배한진 변호사는 "같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권지용 씨가 불송치 결정이 되면서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이 됐을 것 같다.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이선균은 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총 세 차례 자리했다. 그는 3차 조사에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인천경찰청은 비공개 출석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선균 측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비노출 출석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지하를 통해 이동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이선균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12월 26일 사생활이 담긴 녹음본까지 유출됐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의 차량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저희가 비공개로 계속 수사를 진행했으면 용납하실 것 같냐"며 경찰이 아닌 대중의 탓으로 돌렸다.
마산동부경찰서 류근창 경감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되게 많았다. 거의 10년 사이에 90명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서 '저건 너무했다'고 생각했는데 '경찰 수사도 과거 검찰 수사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힘들게 하는 그런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사진=MBC 'PD수첩' 캡처)
뉴스엔 장예솔 imye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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