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장에 구름 인파까지' 韓 스포츠 주도권 싸움에 위세 과시한 체육회
한국 스포츠를 주관하는 대한체육회가 체육 정책 컨트롤 타워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제화를 위해 위세를 과시했다.
체육회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2024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행사를 개최했다. 체육회를 비롯해 회원 종목 단체, 시군구 체육회, 국가대표 선수까지 주최 측 추산 1만5000 명이 운집했다. 사실상 역대 체육회 주최 행사 중 최다 인원으로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참석했다. 명목 상으로는 대한민국 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 증서를 받기 위해서다. 이날 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바흐 위원장에게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2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서울 총회,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까지 한국 스포츠 발전과 올림픽 운동 보급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헌액 증서를 전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는 체육회가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 꼽히는 바흐 위원장을 초청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바흐 위원장은 행사에 앞서 이 회장은 물론 김정길·김정행 전 체육회장, 유승민·김재열 IOC 위원 등과 환담하기도 했다.
체육회는 이번 행사를 다양한 체육계 관계자들이 올해 중점·현안 과제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 개최와 2024 파리올림픽 선전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심은 독립적인 스포츠 정책 컨트롤 타워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분위기 조성이다.
지난해 말 이 회장은 국무총리 산하 민관 합동 기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 추천 인사를 전면 배제하고 민간 위원 6명을 일방적으로 위촉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이 회장은 최근 문체부 유인촌 장관과 장외 설전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등을 주장하는 문체부와 맞서고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 인근에는 문체부를 성토하는 체육인들이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에게 문체부의 위법·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 감사 청구안과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한 장 수석 비서관은 체육계 현안에 대해 심도 깊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행사에서는 손석정 더코리아스포츠포럼 공동대표가 정부조직으로서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필요성에 대한 중점 과제도 발표했다. ▲지방체육회 재정 확보를 위한 법률 제·개정 ▲상장 기업의 학교운동부 지원 의무화를 위한 법률 근거 마련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 문제점 등 현안 과제 발표도 이어졌다.
체육회는 더욱 큰 규모의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체육인들에게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당위성을 설명하고 서명 운동을 펼쳐 국회 앞 광장에서 체육인 5만 명이 집결해 국회의원들에게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안을 입법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문체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 대해 문체부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체육인 대회가 일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또 "문체부가 심사숙고해 내린 정책 결정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익 감사 청구안을 정부 인사에게 전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40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기타 공공 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은 당연한 조처로 체육회는 체육계 대표 단체로서 자율성과 함께 책임성도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체육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체육회와 문체부. 한국 스포츠의 헤게모니가 과연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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