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사용" 언급 김정은…美 대선 앞두고 존재감 부각 노리나
차기 美행정부와 '핵군축' 협상 기대…트럼프 "김정은과 친해" 호응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헌법상 통일조항 삭제,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것은 올해 미 대선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차기 행정부와 핵군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남한을 '제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평화통일' 표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부문에 관련 과업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민족이라는 특수관계가 아닌 '전쟁 중인 두 개의 국가'라고 선언하고 통일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더 구체화된 조치들을 '국가의 가치'가 담긴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평정하고 북한에 편입시키는 문제도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대남 위협 수준을 높이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핵무력을 전쟁을 막는 데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러한 김 총비서의 '말폭탄'은 표면적으론 남한을 향하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고 싶은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 총비서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미국의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결과가 큰 시차를 두지 않고 공개됐다.
북미 간 대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까지 터지면서 미국은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북한도 바이든 현 미국 행정부와 대화를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다음 행정부와의 대화 재개를 기대하고 군사적 도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며 존재감을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2018~2019년 남한을 활용해 북미 대화를 해왔으나 3자 구도 하에선 북한식 셈법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남한이 '동족'으로서 가질 수 있었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의 성격을 부정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3국 협력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미국 중심의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북한이 더 이상 남한과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한국이 미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압박을 가하는 방해자로 인식하고 한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에서 배제하기 위해 민족관계를 폐기하고 정전 협정상의 교전국으로 정의하는 수순을 밟아왔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의 기본 기조를 헌법에 반영한 것도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핵폐기'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먼저 인정 받고, 이를 카드로 경제적 보상을 노려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과 경제적 이익을 모두 노린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4일(현지시간) "김정은은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라며 친분을 과시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단 부인하긴 했으나, 앞서 미국 언론을 통해 그가 재집권할 경우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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