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색 황금' 리튬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지난해 11월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서 리튬을 채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빌리튬이라는 이름으로 2027년부터 배터리용 리튬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 전기차 100만대 분량 리튬 생산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캘리포니아 솔튼호 아래 매장된 리튬양을 1800만톤으로, 전기차 3억7500만대에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네바다주 산맥에 2천만~4천만톤 규모리튬 매장이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계 최대 탄산리튬 매장지 볼리비아 염호(2300만톤)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리튬은 주기율표 제1족에 속하는 아주 가벼운 금속이다. 미량이지만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희소금속 중 하나다. 이 백색의 금속을 놓고 세계 각국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이차전지다. 이차전지는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다. 특히 전기차 시대 개막으로 최첨단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리튬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다. 전기차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의 약 4천배에 달하는 리튬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국가만이 리튬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 할 수 있다. 특히 육상염수(소금 호숫물)의 경우 부존량이 많고 경제성이 높은데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개국에 전세계 탄산리튬 매장량의 약 70%가 매장돼 있다. 엄청난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해서 이곳을 리튬 트라이앵글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 국가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해외 리튬 개발을 자원정책 우선 순위에 뒀다. 2009년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이하 광물공사)는 포스코, 삼성물산, LG상사, GS에너지 등 민간 기업과 함께 리튬 트라이앵글 진출을 시작했다.
첫 진출 국가는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리튬 매장량 세계 2위, 생산량 세계 4위 국가이다. 2010년 6월 광물공사, GS에너지, LG상사는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리튬사업에 뛰어 들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옴브레 무에르트 리튬 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일하게 상업 생산 중인 곳이었다. 일본, 중국도 손을 뻗지 못한 곳이었다. 한국 기업은 지분 30%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두 번째 진출국은 칠레였다. 칠레의 리튬은 매장량은 적지만 품질이 우수했다. 칠레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다. 광물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2011년 11월 칠레 NX우노 리튬 개발사업 뛰어 들어 지분 30%를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NX우노 개발사업은 매장량과 개발 여건 모두가 우수해 당시 계획으로는 빠르면 2013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정부 계획은 칠레에서 4만톤, 아르헨티나에서 6천톤을 확보해 2020년까지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세번째 진출 국가는 볼리비아였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와 달리 볼리비아는 미개발 상태였다. 당시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10여개국이 볼리비아 리튬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미개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리비아 염수는 리튬 함량이 낮고 불순물이 많으며, 고도가 높아 자연 증발속도가 느려 리튬 추출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약점이 있었다. 따라서 기술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출이 어려운 조건이었다. 한국은 2009년 8월 광물공사가 볼리비아 국영기업인 코미볼사와 리튬자원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격 진출에 나섰다.
광물공사는 2010년 3월 포스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과 함께 탄산리튬 제조기술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그 해 8월 12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한국의 3개 기관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가장 우수한 기술로 인정받아 세계 최초로 볼리비아와 탄산리튬 사업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권이 교체된 후 2013년부터 리튬 트라이앵글 개발사업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렸다. 만약 당시 계획대로 리튬 개발사업이 잘 진행됐다면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산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이 앞서 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날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리튬개발에 나서야 한다. 다만 광산개발에 있어 주목해야 할 점은 광산 자체는 경제성이 있어도 리튬은 가공 과정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고, 인근 지역의 물 부족, 수질오염 문제 등을 잘 살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최근 리튬 가격은 중국내 탄산리튬 가격이 kg당 88.5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탄산리튬 가격이 kg당 90위안을 밑돈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에 kg당 581.5위안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은 후 1년 1개월 만에 84.8%나 급락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향후 리튬 공급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이 리튬개발에 나설 골든 타임이다. 기업과 정부는 다시 힘을 모아 리튬 개발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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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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