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플랫폼법, 中알리만 키울 것”
“中기업 시장 잠식 후 규제 ‘때 늦어’”
“美플랫폼법 이견…입법 가능성 낮아”
“업계·소비자 등 국민의 의견 들어야”
라인시는 앞서 CSIS에 두 차례의 기고문을 통해 플랫폼법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며 이와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려는 한국 정부가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라인시는 기고문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EU와 손잡고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기업을 불균형적으로 겨냥하고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은 눈 감아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라인시는 ‘플랫폼법이 미국 기업만 차별한다는 주장을 보충할 근거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중국 기업이 (현재는 한국 내에서 시장점유율 등이 낮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우위를 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은 어느 시점에서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고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인데 그때쯤이면 이미 미국과 한국기업이 (혁신을 통한 성장 등)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에는 너무 늦었을 때”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우리 학계의 목소리와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신영수 경북대 로스쿨 교수(신임 한국경쟁법학회장)는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진출 등 이제는 토종 플랫폼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데 플랫폼기업 사전지정 때는 무조건 매출이 높고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라고 해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기업에 잠식당하는 시장의 현재와 미래 등 동태적 특성을 함께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구 쇼핑몰이 중국산 저가 제품을 빠르게 들여오면서 시장을 잠식하자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는 지난해 3월과 7월 각각 론칭한 이후 1년이 채 안돼 2023년 가장 많이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앱) 1, 2위에 올랐다. 그만큼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다. 작년 12월말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각각 713만명, 453만명에 이른다.
라인시는 “(우리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 필요성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적이 없다. 그것은 한국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다만 기업이 규제를 받아야 한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방식으로 규제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라인시는 미국의 플랫폼기업 규제법인 일명 ‘플랫폼 패키지 법안’과 관련해선 “개인적 견해로는 미 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올해는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규제 관련안을 입법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1년6월 상·하원에서 5개 반독점 패키지 법안 및 대형 앱마켓 사업자 규제 법안 등을 발의했지만 과잉규제 우려로 기업결합 신고비용 현대화 법률(MFFMA)을 제외하고 모두 폐기한 상태다.
라인시는 마지막으로 플랫폼법 입법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업계 등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무엇인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이 사실상 국내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업계 등의 ‘역차별’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법 분야에서 역외적용은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공정위는 이미 해외 지배적 플랫폼에 대한 다수의 법 집행 경험이 있다”며 “반칙행위를 하는 지배적 플랫폼에 대해선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플랫폼법에 따라 규율될 것”이라고 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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