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압승 다음날... 트럼프, 성폭행 명예훼손 법정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튿날 자신이 피고·가해자인 재판에 공개 출석해 상대방과 재판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16일 자신에 대한 성폭행 관련 명예훼손 재판 기일이 열린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이 재판은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1996년 뉴욕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는 캐럴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캐럴의 주장이 사실이고, 트럼프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는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뒤에도 캐럴이 자신을 상대로 무고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격분한 캐럴이 1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새로 낸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좌석 위치는 캐럴의 자리로부터 두 줄 앞이었다. CNN은 “트럼프와 캐럴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같은 방에 있었다”고 했다. 인디펜던트는 “트럼프와 캐럴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여러 지점에서 서로의 방향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판사가 예비 배심원들에게 자신의 혐의를 언급할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재판 참석 전에 이 소송을 심리하는 루이스 캐플런 판사에 대해 “나를 너무 미워해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재판 출석 전 소셜미디어에 “이 여자(캐럴)가 꾸며낸 말에 대해 내가 또 방어에 나서야 하나”라고 썼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바이든은 가짜 사건이 일어나도록 독려하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거대한 선거 방해 사건”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트럼프가 의회 폭동 선동,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선거 결과 조작 시도 등 총 91개의 혐의로 4건의 형사 재판에 회부된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는 별개로 진행된 소송이다. 하지만 경선 첫 관문을 여유 있게 통과한 그가 사법부와 소송 상대자를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재판을 마친 뒤 23일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북동부 뉴햄프셔로 이동했다. 멀찍이 앞서가는 트럼프보다 2위 싸움에 대해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선이 예정된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에 근소하게 밀려 3위에 그친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가 선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12~15일 뉴햄프셔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와 헤일리의 지지율이 각 40%로 동률이었고 디샌티스는 4%에 그쳤다.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 6차 토론 주관사인 ABC방송은 “18일 뉴햄프셔에서 예정됐던 토론이 트럼프·헤일리의 불참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 대신 현장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고 있는 헤일리는 “뉴햄프셔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트럼프와 바이든 간 재대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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