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경쟁 무색하게 정치권 '올드보이' 출마 행렬
'혁신' 기류 역행에 지도부도 난감 "개인적 욕심 비판 피하기 힘들어"
일률적 컷오프 기준 마련도 모호…탈락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
"올드보이 대항할 참신한 인물 배치해 당에 대한 신뢰 쌓아야"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대부분 본인이 다선(多選)을 지냈던 과거 지역구로의 귀환을 노리고 있어 현역 의원 등 정치권 후배들과의 '공천 전쟁'이 예상된다. 혼탁한 정치상황을 출마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외치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이들의 귀환을 달갑지 않게 보는 기류가 역력하다.
김무성‧이인제‧박지원‧정동영…줄잇는 '올드보이' 출사표
김무성 전 대표는 15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배들이 잘 한다면 제가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되지만, 너무나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나섰음을 이해해달라"며 부산 중‧영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불사조(피닉스)' 별명을 갖고 있는 이인제 전 의원도 7선에 도전한다. 지난해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그는 "다시 일할 기회가 허락된다면 저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불태워 헌신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경북 경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진 않았지만 최근 각종 지역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의원도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경기 평택갑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일찌감치 몸을 풀며 5선 도전에 나섰다.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전북 전주병에서 출사표를 내, 최근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통과했다.
"86세대도 물러나라는데 50년대생 귀환?"…혁신 흐름에 '역류'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편안하게 다선을 했던 사람들의 희생인데, 그분(김무성 전 대표)을 다시 우리 당의 주자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의 정치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나서야겠다고 하는데, 정작 왜 '본인'이 나서야 하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불출마를 강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올드'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의 문제부터,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위헌 소지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기획단에서 올드보이들의 경선 참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긴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일흔이 되는 1955년 이전 출생자를 일률적으로 컷오프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
무소속 출마도 불사 의지에…"지도부 어떻게 정리하나, 관건"
여권의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 기류로 일부 현역 중진의원들이 '컷오프시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올드보이'로 인한 표 분산 가능성까지 겹치며 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과 경북 등 텃밭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는데, 중진을 비롯한 올드보이들의 무소속 출마 시사로 전략공천 기류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올드보이들을 나이를 기준으로 한 번에 묶을 수는 없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출마가 있는 반면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여당 핵심 지지층인 부산 공천을 위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미가 보이고, 박지원 전 원장도 비리에 얽히지 않은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원로이자 정치 고단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해도 오히려 참신한 인물을 배치해 '지더라도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며 "어떻게 이들을 정리하고 젊은 인재를 발탁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총선 분위기와 당에 대한 신뢰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 crystal@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韓언론사 '日포털 국제판' 장악…日누리꾼은 '국민성' 운운
- '세상에 이런일이' 폐지설에 SBS "논의 중…결론날 것"
- 갈등 예상됐던 '신천지 시설 용도변경'…"누구를 위한 사전고지였나" 분통
- 김의겸 "김정숙·김혜경 특검? '김건희 23억' 물타기용"
- 뉴진스 민지, 칼국수 언급한 혼잣말에 사과까지…"불편 드려 죄송"
- '옐로카드 5장' 中심판에…축구팬들 좌표 찍고 SNS테러
-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확정…'고교 서열화' 논란(종합)
- 與 "현역 7명 컷오프‧3선 이상 감점…수도권은 민심 80% 반영 경선"
- 현대차, 中 충칭공장 3천억원에 매각
- 반려견 양육비 월 평균 17만원, 반려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