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 세계를 누비다] 농기계, 시장맞춤형 공략 주효…“금융·홍보 지원 뒤따라야”

김다정 기자 2024. 1.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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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업, 세계를 누비다] (4) 농기자재도 ‘케이’ 열풍…수출 다크호스로 맹활약
북미·유럽·호주·아시아 등
수출비중 늘리며 지속 성장
현지서 시설 확대·실증 실험
작업환경 특화된 제품 출시
유해물질 규제 대응 등 교육
정보 공유 체계 구축도 필요
TYM은 지난해 열린 유럽 최대 농기계 박람회 ‘2023 아그리테크니카’에 부스를 마련, 많은 관심을 받았다. TYM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원예·조경 산업 전시회 ‘2022 갈라바우’에서 현지 바이어들이 대동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동

‘Korea(한국)’의 ‘케이(K)’는 세계시장에서 어느덧 어엿한 브랜드가 됐다. ‘케이드라마(K-drama)’ ‘케이팝(K-pop)’과 같은 문화 영역에서 시작된 케이 열풍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케이-방역’이란 말을 만들어내더니 최근엔 농기자재 수출도 견인하는 모양새다. 해외시장에서 국산 농기자재들이 선전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케이-농기자재’는 ‘케이-농식품’과 함께 우리 농업분야 수출의 다크호스로 맹활약 중이다.

2023년은 농기계업계에 힘든 한해였다. 내수시장 축소로 많은 업체들이 경영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요 농기계업체들은 수출 대상국·기종 다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농기자재 수출을 이끌고 있는 주요 농기계업체의 담당자와 지상좌담회를 열고 현황과 2024년 전망을 들어봤다.

담당자(가나다순) ▲강덕웅 대동 글로벌사업본부장 ▲김영기 LS트랙터 해외영업팀장 ▲이홍석 아세아텍 무역팀 부장 ▲전강 TYM 해외영업부문장

-2023년 국내 농기계시장 위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내수시장에선 ‘전년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업체들마저 있었는데, 수출 현황은 어땠나.

▶강덕웅=대동은 북미·유럽과 호주 등 주요 시장의 고른 성장으로 2022년 7월1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 트랙터, 소형 건설장비, 운반차 등을 약 6억470만달러 수출해 농기계업계 최초로 ‘6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약 27% 증가한 것이다. 대동의 수출 실적은 2008년 1억달러, 2014년 2억달러, 2021년 3억달러, 2022년 4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 대동은 매출의 약 68%(2022년 3분기 연결 누적 기준)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전강=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TYM(티와이엠)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2020년말 55%, 2021년말 62.2%, 2022년말 70.2%, 2023년 3분기 기준 70.8%로 계속 늘어났다.

TYM은 북미·유럽 등 글로벌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해 점진적인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제59회·제60회 무역의 날 ‘수출의 탑’과 제9회 중견기업인의 날 대통령 표창도 수상했다.

▶이홍석=아세아텍은 수출 대상국을 2022년 15개국에서 지난해 18개국으로 늘렸다. 수출액은 2022년 대비 224%라는 비약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영기=LS엠트론은 2023년 총 수출액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40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이는 유통 재고 감축과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었다. 현재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변화 관리를 통해 자산의 안정적 운용에 집중하며 추가 도약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업체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주요 수출 대상국과 수출 기종은.

▶전강=TYM의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북미다. 특히 기존 중소형 트랙터 중심에서 벗어나 2023년 선보인 ‘T115’ ‘T130’ 등 중대형 트랙터 수출로 외연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또 국내외 농기계 박람회에 참여하며 고객·딜러와 직접 소통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유럽 최대 규모 농기계 박람회인 ‘2023 아그리테크니카’에 한국 농기계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유럽·동남아시아 등 세계시장 판로 개척을 가속화했다.

▶강덕웅=북미에선 중소형 라인업에 대한 전략은 유지하면서, 북미·유럽·대양주 위주로 중대형(61~140마력) 트랙터와 소형 건설장비(SSL·CTL) 라인업을 보강하고 유통망을 확대했다.

대동이 이번 6억달러 수출탑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중소형(60마력 이하)에서 중대형 트랙터로 확대, 스키드로더 등 소형 건설장비 사업화, 북미 중심에서 유럽·호주 시장 육성 등 제품·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영기=주요 수출 대상국은 북미·유럽 지역과 브라질, 아시아 국가들이다. 수요처가 전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시장에서 2만대의 수출 유통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게 LS엠트론의 특징이다.

이들 시장에선 잔디·조경 관리, 그리고 도시 정비에 특화된 중소형 트랙터 풀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작업기와 옵션을 포함한 범용성이 높은 기종을 중심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홍석=아세아텍은 필리핀·라오스·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와 파라과이·에콰도르 같은 남미 국가, 일본·중국·대만 등 동아시아지역에 관리기와 승용 직파기 등을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아세아텍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사양 덕이다. 특히 동남아·남미에서 관리기는 경쟁국 대비 고가임에도 다양한 밭작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내구성 덕에 인기를 얻었다.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무엇이었나. 또 2024년 수출 전략은.

▶이홍석=현지에서 요구하는 작업기 개발과 필드 상황을 분석한 현지화 작업을 통해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적극 대응하는 것이 전략이다. 제품 사용 및 수리점검, 선진화된 농업기술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또한 제공하고 있다.

2024년엔 동남아시장 확대와 본격적인 북중미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유럽시장 공략과 거점화 지역에 SKD(에쓰케이디·Semi Knock Down, 일부 조립 후 수출하는 형태)사업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영기=LS엠트론은 세계 2위의 농기계업체 CNH(씨엔에이치)인더스트리얼사와 지난 10년간 이어온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시장 전략을 새롭게 정의하는 한편 공동 대응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엔 현지 시장과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신모델 트랙터를 출시할 계획도 있다.

▶전강=TYM은 2024년 주요 시장에 맞춘 적극적인 현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북미시장에서는 생산시설을 확대하고자 조지아주 공장 확장이 진행될 예정이며, 올해 개소한 애틀랜타 사무소를 전초기지로 삼아 현지 우수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특화된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을 다양하게 펼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시장에 걸맞은 과수용 트랙터 신제품 출시와 지역별로 특화된 작업기 솔루션 제공을 위해 해당 지역 작업기 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현지 법인 및 물류센터 설립 등을 통해 유럽지역 현지화를 추진한다.

▶강덕웅=대동은 해외에서는 유럽·호주·아프리카·중동으로 수출 대상국을 넓히고, 중소형 트랙터에서 중대형으로 주력 판매 모델의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에 맞는 중대형 트랙터 작업기 라인업을 늘리고 스키드로더·트랙로더 등의 소형 건설장비와 디젤엔진의 해외 판매도 강화할 방침이다.

-수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 지원 등이 있다면.

▶강덕웅=대동은 북미시장에서도 ‘톱3’에 진입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여전히 큰 장애물이 남아 있다. 바로 ‘파이낸싱(financing)’이다.

트랙터 등 농기계가 고가의 장비이다보니 무이자할부, 저금리 융자 같은 소매 파이낸싱이 없으면 구입이 쉽지 않다. 존디어나 구보다는 자체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와 농협 등이 연계해 수출분야 소매 파이낸싱을 지원해준다면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전강=미국과 독일을 제외한 나라와 각국의 지역별 농기계시장에 대한 분석 정보가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한 농기계업계 특성상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등 입찰이 빈번히 있는데, 해당 사업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정부 또는 기관과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유럽과 선진국에서는 농기계 제조 시 유해물질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과불화화합물(PFAS) 제한 확대,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도입 등이 전망되지만 국내 농기계업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대응책이 미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기=제조사의 운영 부담 경감을 위한 저리 정책자금 등 금융 지원은 즉각적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 등 정부 주도 해외시장 개발 지원과 전략에 있어 복수의 민간기업에 공정하고 공평한 참여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이홍석=해외전시회 참가 지원을 늘리고 현지형 농기계 개발을 위한 현지 실증시험과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또 현지 상설전시나 해외로드쇼 개최를 지원해 우리 농기계를 알리는 데 정부가 함께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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