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줄도산 위기…“긴급 수매 등 경영안정대책 절실”

이민우 기자 2024. 1.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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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소비부진에 값 급락
생산비 급등 겹쳐 경영 큰 고통
“농가 3분의1 만성적자로 허덕”
한돈협회, 민관 공동 수매 촉구
사료구매자금 이용 농가 지원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양돈농가에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가 정부에 양돈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정부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경남의 한 양돈장 모습. 농민신문 DB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양돈농가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료값 폭등 등으로 생산비가 급증한 가운데 돼지고기 소비까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양돈농가가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도산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생산자단체에선 선제적인 돼지고기 수매와 사료비 부담 완화 대책 등을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소비촉진 행사 등 자구책 마련에도 나섰다.

◆돼지고기값 급락에 경영 위기…농가 줄도산 가능성 커져=대한한돈협회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저돈가기 긴급 한돈 경영안정 대책 마련 요구’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연말부터 돼지고기 경락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양돈농가들의 경영 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당 평균 5000원대를 유지하던 돼지고기 경락값(등외 제외)이 12월 들어 4000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올 1월 들어서는 15일까지 1㎏당 평균 4314원에 거래돼 지난해 동월(4756원) 대비 9.3% 낮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돼지고기값이 한달 만에 1㎏당 1000원 가까이 급락한 데는 극심한 소비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돼지고기 재고량은 전월 대비 6.3%, 전년 동월 대비 0.7% 늘었다. 뒷다리살을 제외한 모든 부위의 재고가 늘었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돼지고기 소비 위축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정병일 한돈협회 정책기획팀장은 “소비 성수기인 연말연시임에도 시장 수요가 급감해 가공업체 가공마릿수가 축소되고, 요식업소·대형마트·정육점 수요까지 위축되는 등 거의 모든 유통경로에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세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돈협회 분석에 따르면 올 1월 양돈농가의 생산비는 돼지고기 1㎏당 평균 5119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1월 돼지고기 경락값이 1㎏당 4100∼4300원대를 유지하면 평균 사육규모(모돈 200마리, 연간 출하마릿수 3600마리) 양돈농가는 한달간 2100만∼2700만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정 팀장은 “생산성 기준 하위 30% 구간 농가는 지난해 평균 1억44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올 1월 한달 동안 2700만∼3100만원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과 사료대금 연체율 급등 등으로 현금 흐름이 막힌 농가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돈협 “경영안정 대책 마련해야”=한돈협회는 민관 공동 돼지고기 수매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돼지고기값이 낮을 때 수매·저장해 값이 높을 때 방출하는 전략을 펼쳐 농가 경영안정과 수급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현장에선 고병원성 돼지호흡기생식기증후군(PRRS)과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어 4∼5월 돼지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통해 한돈협회는 불필요한 할당관세 수입 정책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돈협회는 현재 양돈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4년 양돈용 특별사료구매자금’을 신설하는 것도 건의했다. 아울러 기존 특별사료구매자금을 이용한 농가들이 부담해야 할 금리를 연 1.8%에서 1%로 낮추고,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민간 사료업체들을 대상으로 사료값 인하도 촉구했다. 한돈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양돈배합사료 원가는 최고점(2022년 9월) 대비 1㎏당 93원가량 인하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민간업체들은 공식적으로 30원가량만 인하하는 등 사료값 인하에 소극적으로 동참했다. 올해 1㎏당 80원을 즉각 인하해 농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또 ▲양돈농가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 ▲모든 정책자금 금리 인하와 상환기간 연장 ▲수익·생산성 제고를 위한 백신 피해 완화 대책 마련 ▲가축분뇨처리비 부담 완화 대책 마련 ▲돼지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 등 추가 대책도 제안했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양돈농가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만큼 한돈협회도 자조금과 함께 돼지고기 소비촉진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민관 공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섭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현재 돼지고기값이 경영비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돈협회 측 제안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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