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대신 RSU? 대기업 성과 보상 카드로 뜬다는데 재계 안팎은 시끌
장기적 성과 보상 제도로 호응 얻고 있어
대주주 경영 승계 도구로 악용 우려도
"관련 규제 장치 마련 필요성 커져"
그동안 기업들은 일 잘한 직원에게 성과금을 주거나 스톡옵션으로 성과를 보상해왔다. 다만 단기 실적을 올린 뒤 보상으로 받은 회사 주식을 팔고 떠나는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제 장치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2020년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두산, LS, 네이버 등 대기업을 비롯해 쿠팡, 토스 등 신생 기업들도 임직원 성과 보상 체계로 RSU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RSU는 일정 기간 후 정해진 가격(주로 낮은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기존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직접 주는 방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긴 시간(3~10년) 일한 뒤에야 주식을 받을 수 있어 긴 안목에서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최근 4년 동안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로부터 RSU 약 53만2,000주를 받았다. 또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김 부회장에게 RSU를 줬다. 다만 양도 제한 기간이 10년으로 설정돼 있어 김 부회장이 장기간 이 회사에 기여해야 해당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받은 RSU는 2033년에야 김 부회장의 소유 지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2022년 RSU제도를 도입한 두산그룹도 박정원 회장 에게 RSU를 부여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3만2,266주의 RSU를 받았는데 양도 제한 기간이 3년이라 2026년 지급이 확정된다. 이 밖에도 SK, 네이버, 쿠팡, 토스 등도 임직원 성과보상제도로 RSU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스톡옵션 대신 RSU 제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3년 이 제도를 처음 적용했다. 2010년 테슬라가 도입했고 애플은 2011년 임원과 엔지니어에 한해 RSU제도를 썼다. 아마존과 메타(옛 페이스북)도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 제도는 주로 단기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 주가가 오르면 임직원들이 주식을 팔고 회사를 떠나는 '먹튀' 부작용이 종종 일어났다. 반면 RSU는 회사의 장기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고 개인에게도 일할 동기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이 보상으로 줄 자사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효과도 좋다.
법제도 미비해 기업승계 악용 우려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RSU가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톡옵션은 법에 의해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에게는 줄 수 없도록 제한돼 있지만 RSU는 아직 제한 규정이 없다. 더구나 스톡옵션은 반드시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지급해야 하지만 RSU는 강제 규정이 없어 대주주에게 지급했는지 등을 공시해야 할 의무가 없다. 단 한화는 매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RSU를 지급하고 이를 자체 공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RSU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를 스톡옵션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톡옵션은 대주주는 받을 수 없게 돼 있는데 RSU는 대주주도 받을 수 있다"며 "게다가 스톡옵션은 일정 기간 후 얼마의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반면 RSU는 자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분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두 제도 사이의 균형이 잘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배주주 일가에게 주식으로 보상을 해주는 제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도 (제도 보완을) 더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처럼 지금처럼 RSU제도를 규제 없는 무풍지대로 놔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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