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수 감축도 필요하나 특혜와 특권 폐지가 급선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의원 정수 축소는 과거에도 정치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거론한 사안이다. 실제 이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작년 6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비율이 65%에 달했다. 혐오감을 자아내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의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혈세 낭비뿐이라고 인식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의원 정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이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9명 거느린다. 대다수 선진국이 2~5명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다. 이들 월급은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의정 활동을 보좌하라는 뜻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의원의 선거운동원이다. 의원들이 매년 받는 세비와 수당도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감옥에 가도, 잠적해도 깎이지 않는다. 국민소득 대비 세비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은데 의회 효과성 평가는 뒤에서 둘째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비롯해 누리는 각종 혜택도 186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갑질 사고도 이런 지위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풍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특권을 누리고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자리다. 그런 직분에 충실하면 고생스러운 자리다. 결코 좋은 자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의원이 되려고 혈안이다.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수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시 공천받아 당선되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 중 하나다. 권력 줄 세우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도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엔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회는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자기들 밥그릇 늘릴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의기투합한다. 해마다 오른 의원 세비와 보좌관 월급이 그 결과다. 의원 정수 축소는 선거가 끝나면 여당에서부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이 아무리 호소해도 이미 당선된 의원들에게 먹혀들기 어렵다. 의원 정수를 줄이기도 쉽지 않겠지만 만약 줄인다고 해도 그것을 핑계로 보좌관과 세비, 각종 혜택을 더 늘릴 것이다. 의원들이 담합해 추진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 정치 개혁은 의원 자리의 매력을 크게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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