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55년 만에 獨에 밀려… ‘넘버3′ 내줬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4위였던 독일에 55년 만에 처음으로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15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유럽의 병자’로 불린 독일에 역전당할 상황에 대해 “패기가 사라진 일본 경제에 올 것이 왔다”고 했다. 세계 GDP 순위는 비교 집계가 가능한 1960년부터 미국이 1위를 지켜왔다. 일본은 2010년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가 됐는데, 독일에 밀릴 경우 13년 만에 4위로 내려앉는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 1억2000만명 일본의 경제 규모가 인구 대국 중국에 밀린 것과 8000만명 독일에 밀린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활력이 떨어진 ‘잃어버린 30년’의 상징적 결과”라고 했다. 일본은 1인당 GDP 기준으로 이미 2022년 G7(7국) 가운데 꼴찌로 추락했다.
독일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독일의 GDP(이하 명목 기준)는 1년 전보다 6.3% 증가한 4조1211억유로다.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 약 4조5000억달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일본의 지난해 GDP 4조2309억달러보다 높다. 다음 달 발표되는 일본의 지난해 실제 GDP 수치가 IMF의 예상대로 독일을 밑돈다고 나올 경우 독일의 경제 규모가 196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앞선다. 달러화로 표시된 GDP는 국가 간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대표 지표다.
일본은 반도체와 IT 제조업 등에서 세계 선두권에서 밀려난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되찾지 못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내수 경기 부담도 가중됐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로는 아사히신문에 “30년에 걸쳐 일본 기업에 스며든 위험 회피 사고”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990년대 초 경제의 ‘(자산) 거품’이 붕괴한 이후 자산 매각과 생산 기지 해외 이전 등 대대적인 구조 조정에 나선 일본 기업들이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바야시는 “2022년부터 엔저(低)로 수출에 훈풍이 불고 있는데, 생산 설비가 더 있었으면 그 이점을 훨씬 더 누렸을 것”이라고 했다. 엔저 자체도 순위 변동에 한몫했다. 일본의 지난해 GDP는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엔화 기준 전년 대비 5.7%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로 환산한 GDP가 1년 새 1.2% 감소하는 결과로 나온다.
고물가와 제조업 불황 등을 겪은 독일도 ‘병자’로 불릴 정도로 상황이 안 좋긴 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장기간 일본을 앞선 결과 지난해 3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물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인 ‘명목 GDP’를 기준으로 삼은 분석이어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독일의 기록적 고물가가 변수에서 빠진다는 점도 3·4위 역전에 한몫했다. 물가를 반영해 산정하는 독일의 ‘실질 GDP’는 1년 새 0.3% 감소,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무섭게 부상하는 인도가 3·4위 독일·일본을 곧 모두 추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섰다. 막대한 인구와 교육열, 첨단 기술 분야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도가 2026년이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IMF는 지난해 11월 예상했다. 2038년이면 중국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 국가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영국의 경제비즈니스연구센터(CEBR)가 지난달 분석하기도 했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수혜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GDP 순위가 러시아(11위)·멕시코(12위)에 이어 13위로 전망되는 한국은 후발국으로서 일본보다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왔다. 하지만 IMF는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을 1.4%, 일본은 2.0%로 예상했다. 이 경우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 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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