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김정일 유산’ 대남교류 기구 3곳도 없앤다

김민서 기자 2024. 1.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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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서 폐지 결정

북한은 16일 ‘최고인민회의 결정’이라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들 기구는 모두 남북회담과 경제협력 등을 담당해온 기구다. 최고인민회의는 이 결정을 공지하면서 “대한민국과는 언제 가도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연말 발언을 반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정권의 기만전술과 선전, 선동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평통은 1961년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단체로 시작한 대남 기구다. 겉으로는 통일을 위한 각계각층의 연대 기구를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국내 인사 및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남한 내 국론 분열 및 친북 여론 조성을 위한 대남 선전 활동에 집중해왔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6년 당 외곽 조직에서 국가 기구로 격상됐으나 이번에 결국 김정은의 ‘대남 기구 정리’ 지시 이행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민족경제협력국과 금강산국제관광국은 과거 남북 경협,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던 시기에 만들어진 대남 경협 관련 기구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남북 경협 사업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기능과 역할이 축소됐던 곳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남북 관계는 동족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며 “남북 관계의 근본적 전환” 입장을 밝힌 뒤 빠른 속도로 대남 관련 기구를 폐지·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남 기구들이 관리해온 대남 선전 매체 활동도 중단한 상태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김정은은 "(북한) 헌법에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표현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은 이날 공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에 있는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칙은 ‘조국통일 3대 원칙’으로 1972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된 7ㆍ4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이다. 김정은은 집권 5년 차인 2016년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이 포함된 ‘조국통일 3대 헌장’을 가리켜 “위대한 수령님들(김일성ㆍ김정일)께서 밝혀주신 주체적 조국통일 노선”이라고 했었다.

김정은은 또 김정일이 2001년 8월 평양에 조성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가리켜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다”며 “철거”를 지시했다. ‘우리민족끼리’나 ‘평화통일’ 상징으로 비칠 수 있는 “과거 잔여물 처리에 대한 실무적 대책”을 주문하고 북한 주민들을 향해선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 등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낱말들을 사용하지 말라”고도 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북한의 헌법 개정에 대해 “김정은이 그간 북한 주민의 남한 사회 동경을 차단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가혹한 처벌을 하였음에도 통제되지 않자 헌법에서 민족 개념을 폐지한 것”이라며 “북한 체제의 실패이자 패배 선언”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김정은의 대남 입장에 대해 “한국이 앞으로 북한의 ‘현금인출기’ 같은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과 향후 미·북 협상 재개 시 비핵화를 요구하며 간섭하지 못하도록 남북이 완전히 ‘남남’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삼아 한반도를 인도·파키스탄 같은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의도로 대남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영수 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이 바라는 ‘윤석열 정부 퇴진’ 여론을 극대화하기 위한 심리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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