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그들… “아이와 함께 하니 강해졌다”

박강현 기자 2024.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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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출산한 뒤 복귀한 여자 스포츠 스타

지난 14일 개막한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부 코트는 돌아온 엄마 선수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7월 딸을 낳은 전 세계 1위 오사카 나오미(27·일본·세계 831위)는 설레는 마음으로 2022년 8월 US오픈 이후 1년 5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무대에 섰다. 하지만 15일 단식 1회전에서 카롤린 가르시아(31·프랑스·19위)에게 세트스코어 0대2로 졌다. 호주오픈에서 2번 우승한 그가 이 대회 1회전에서 패한 건 이번이 처음. 그럼에도 오사카는 “지난 몇 주 동안 참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직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역시 전 세계 1위 출신 안젤리크 케르버(36·독일)도 지난해 딸을 낳은 뒤 최근 코트로 돌아와 이번 대회에 출격했다. 케르버도 16일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준 열정에 찬사와 격려가 쏟아진다. 임신과 출산으로 코트를 비웠던 엄마 선수들이 돌아와 다시 테니스 사랑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반응이다.

테니스뿐만이 아니다. 축구·육상과 같이 격렬한 종목에서도 ‘마미 파워(Mommy Power)’는 확산하고 있다. 엄마 선수들은 “결과에 관계없이 경기를 마친 뒤 아이들이 내게 달려올 때 큰 힘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공백기·단절기를 극복하고 이들은 또 다른 전성기를 꿈꾼다.

◇호주 코트 누비는 강한 엄마들

지난 13일 호주 오픈 본선 하루 전 열린 ‘어린이 테니스 날’ 행사에서 덴마크 캐럴라인 보즈니아키가 딸(2021년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2018년 호주오픈 챔피언 출신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4·덴마크)는 2020 호주오픈 이후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딸과 아들을 출산한 후 지난해 8월 3년 반 만에 복귀했다. 그는 당시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가족 덕분에 용기를 냈다. 세상 모든 여성에게 가정과 일에서 성취가 양립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보즈니아키는 이번 호주오픈에서 1회전을 통과하고 17일 2회전을 치른다.

‘우크라이나 여전사’ 엘리나 스비톨리나(30)도 1회전을 가볍게 통과했다. 2022년 10월 딸을 출산한 뒤 작년 4월 돌아온 그는 그해 프랑스 오픈 8강, 윔블던 4강에 오르면서 ‘엄마 전성시대’에 앞장섰다. 스비톨리나는 이번에 호주오픈 개인 최고 성적인 8강 진출(2018·2019년) 이상을 바라본다.

윔블던 챔피언(2011·2014년) 출신 페트라 크비토바(34·체코)는 지난 1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임신 소식을 알렸다. 2021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벨린다 벤치치(27·스위스)도 축복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들도 새 생명이 태어난 뒤 다시 일터(코트)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에서 유독 엄마 선수가 많아진 건 기본적으로 팀이 아닌 개인 스포츠라는 요소 덕이 크다. 홀로 연습하고 투어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유연 근무’가 가능한 셈이다. 테니스에는 부상이나 임신·출산 등으로 오랜 기간 결장한 선수들을 보호하는 일명 ‘프로텍티드 랭킹(PR)’ 제도가 있다. 공백기 이전 랭킹을 기준으로 9~12개 투어 대회에 나가서 점진적으로 기량·컨디션을 점검하도록 배려한다.

◇다른 종목도 ‘엄마 선수 전성시대’

자메이카 여자 육상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지난 2019년 세계선수권 100m에서 우승한 뒤 아들(2017년생)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게티이미지 코리아

여자 단거리 육상의 살아 있는 전설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8·자메이카)의 애칭은 ‘마미 로켓(Mommy Rocket)’이다.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트랙을 지배한다 해서 붙었다. 2017년생 아들 지온을 낳은 뒤 복귀해 오히려 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3년 스포츠 전 분야를 통틀어 한 해 최고 선수를 선정하는 라우레우스(Laureus)상에서 올해의 여자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남자 선수는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였다.

작년 2023 여자 월드컵에서도 엄마 선수들이 대거 그라운드를 누볐다. 미국 베테랑 앨릭스 모건(35)은 2020년 딸을 출산한 뒤로도 대표팀 주축으로 맹활약했다. ‘출산 후 기량 저하’라는 선입견을 물리쳤다. 모건은 “부모가 된 후 더 균형 잡힌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자메이카 코니아 플러머(27), 프랑스 아멜 마즈리(31) 등도 엄마 선수로 팀에 힘을 보탰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출신이자 중앙 수비수인 아이린 파레데스(33)는 2021년 아들을 낳고 돌아와 자국의 여자 월드컵 최초 우승에 기여했다.

미국 여자 축구 선수 앨릭스 모건이 지난해 4월 아일랜드 시티파크 경기장에서 공을 몰고 있는 딸(2020년생)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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