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사슴이 많은 섬… 30년만에 해결책 찾았다

조홍복 기자 2024.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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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1000여 마리, 안마도 점령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 때문에 주민들 생계 위협해도 못 잡아
밭을 파헤치고 밤에 소음을 일으키는 '민폐 동물' 전남 영광군 안마도 사슴./전남 영광군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 주민 190여 명은 사슴 무리와 30년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 두 배에 이르는 5.83㎢ 본섬과 부속 섬 숲을 꽃사슴과 엘드사슴 1000여 마리가 점령한 탓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사슴은 ‘가축’이기 때문에 정해진 도축 절차에 따라야 하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사냥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섬 주민들은 과거 고기잡이와 농사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사슴 출몰 후 농사는 거의 포기한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80여 가구의 텃밭에는 2m 높이 녹색 그물망이 2~3중으로 둘려 있다. 논에도 그물망이 울타리처럼 둘려 있다. 주민 강성필(66)씨는 “2중, 3중으로 그물망을 설치해도 사슴이 이빨로 자르고 밭작물과 벼를 먹어치우기 일쑤”라며 “배추 한 포기 키우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안마도 특산물인 꾸지뽕 나무도 사슴이 껍질을 뜯어 먹어 고사(枯死) 상태다. 최근에는 마을 공원에 심은 사철나무 500여 그루의 여린 잎을 모두 뜯어 먹었다. 사슴은 묘지도 파헤친다.

또 사슴은 야행성이라 밤이면 특유의 괴성을 지르며 주민의 잠을 방해한다. 주민 강용남(70)씨는 “날뛰고 밤마다 우는 통에 짜증이 나서 못살겠다”고 했다. 짝짓기 철에는 수컷이 거칠게 변해 밤에는 외출을 삼간다. 대낮 산행 때도 2~3인이 한 조로 움직이는 게 안마도 주민들의 안전 수칙이다.

최근에서야 수렵을 통해 안마도 사슴을 줄일 길이 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제도 개선 의견을 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이를 모두 수용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작년 7월 영광군과 주민 593명은 국민권익위에 ‘안마도 사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우선 농림부와 영광군은 내달까지 안마도 사슴에게 ‘광록병’ 등 가축 전염병이 있는지부터 확인할 예정이다. 감염된 사슴은 바로 살처분하고, 병이 없는 사슴은 원하는 축산업자를 통해 섬 밖으로 반출할 예정이다. 또 환경부는 10월까지 사슴이 주민들에게 실제 피해를 얼마나 주고 있는지, 생태계를 교란하는지 등 안마도의 환경 실태를 조사한다. 주민 피해 등이 확인돼야 사슴을 멧돼지와 같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 야생동물이 되면 총기로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서상원 국민권익위 집단고충조사팀 사무관은 “사슴 등 유기 동물을 가축이나 야생화 동물로 특정하지 말고 실태 조사를 통해 처분하는 방법을 마련하자는 것이 이번 합의의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1985년 안마도 주민 3명이 녹용 채취 목적으로 섬에 들인 사슴 10여 마리가 1990년대 야산에 버려졌다. 30년 전부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슴은 1000여 마리에 달한다. 일부 사슴은 바다를 헤엄쳐 인근 부속 섬으로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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