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3] 고흥 생김회무침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 식품 수출액은 30억달러이며, 이 중 김이 7억9100만달러로 26%를 차지했다. 이제 전남 지역은 물론, 전북·충남·경기 지역의 대부분 어촌은 김 양식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특히 경기도 지역 김 양식의 확대가 돋보인다.
가장 많은 물김을 생산하는 전남 고흥에서 ‘생김회무침’이라는 독특한 음식을 맛보았다. 고흥에서는 초무침을 ‘회’라고 표현한다. 간재미초무침도 간재미회라 말한다. 지난해 12월 초, 김발을 분망하는 시기였다. 이 작업은 몇 개의 김발을 묶어 포자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하나씩 분리해 양식하는 것으로 농사로 말하면 모종을 키워 이식하는 것과 같다. 이때 일부 김은 자라서 채취하기도 한다.
아침 일찍 양식장에서 분망을 하고 돌아온 외국인 노동자 네 명과 주인 부부가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분망하면서 채취한 물김이 한 바구니 들려 있었다. 식당 안주인은 물김을 보고서 눈을 흘겼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잠시 후 밥상이 차려졌다. 생김회무침을 가운데 두고 고등어 구이, 멸치 볶음, 장조림, 무생채, 젓갈, 버섯 볶음 등이 자리를 잡았다. 김으로 만든 김국, 김떡, 김자반, 김무침, 김부각, 김장조림 등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보았지만 생김회무침은 생소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주민들도 오랜만에 맛본다며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생김회무침보다는 고등어 구이와 돼지고기 볶음에 관심이 많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물김을 얻어 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척하는 과정에서 물김이 그릇과 건조대와 식탁과 조리대 등 곳곳에 붙었다. 식당 안주인이 눈살을 찌푸린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내도 눈살을 찌푸렸지만 맛을 보고 감탄을 했다. 생김만 있다면 조리법은 아주 간단하다. 배를 썰어 넣고 초무침을 한 후에 깨를 올리면 끝이다. 첫김이 생김회무침에 최적이라지만 산지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 대신 마른 김도 물에 풀어서 물기를 제거한 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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