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레미콘 단가 인상’ 갈등… 전국 건설현장 곳곳 셧다운 위기감

최동수 기자 2024. 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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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화순 4, 5일 이틀간 멈춰… 6.25% 인상 합의, 가까스로 재개
수도권 레미콘 회사-건설사들은
5차 협상 결렬… 팽팽한 줄다리기
“분양가 상승-청약시장 한파 악순환”
지역마다 레미콘 회사와 건설사 간 레미콘 가격 인상 협상이 벌어지면서 공사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한 레미콘 공장에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달 4, 5일 광주, 전남 나주시, 화순·장성·담양군에서는 골조 공사중인 모든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지역 31개 레미콘 회사가 제시한 레미콘 단가 인상안을 건설사가 거절하자 레미콘 생산을 중단한 것. 레미콘사들은 1루베(㎥)당 가격을 9만5000원에서 10만7200원으로 12.5%(1만2200원)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건설사들은 인상 폭이 높다며 반대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건설사와 레미콘사는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릴레이 협상 끝에 7200원(6.25%) 인상하는 것으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10일에는 강원 원주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전면 중단됐다. 레미콘사들이 ‘레미콘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레미콘 공급을 중단한 것. 건설사들은 다음 날인 11일 1루베당 가격을 9만3000원에서 10만6800원으로 14.8% 인상하는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공사 현장이 멈추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가격 인상 요구가 거세 현장이 또 멈출까 걱정”이라고 했다.

새해 초부터 레미콘 가격 인상을 놓고 레미콘사들과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지며 건설 현장 셧다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 현장이 연초부터 ‘레미콘 가격 인상’이란 복병을 만나면서 공사 중단 및 지연에 대한 우려도 확산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회사와 건설사들은 18일 오후 3시 6차 레미콘 단가 협상에 나선다. 이달 13일 이뤄진 5차 단가 협상은 결렬됐다. 당시 레미콘사들은 이달 16일부터 1루베당 레미콘 가격을 8만8700원에서 9만6200원으로 7.8%(7500원)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건설사들은 인상 시기를 3월 1일로 미루고, 가격도 9만1900원으로 3.5%(3200원)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서울경인 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레미콘 회사 대표 사이에서 우리도 광주처럼 파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커진다”고 전했다.

레미콘 회사와 건설사 간 갈등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건설사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주를 비롯해 충남 천안 아산권, 서산·당진권, 전북 전주·완주권, 전남 여수권 등 6개 권역 레미콘사들이 이미 지난해 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천안 아산권은 8만7200원에서 9만9600원으로 1만2400원(14.4%), 서산·당진권은 9만2500원에서 10만5400원으로 1만2900원(13.9%), 전주·완주권은 9만4900원에서 10만6700원으로 1만1800원(12.4%) 인상을 요구 중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공문이 취합된 지역 외에도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며 “협상이 본격화하면 갈등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건설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건비와 자재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레미콘 단가마저 인상되면 현장마다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3∼4년 건설사들도 비용 상승으로 체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상 시기를 3월 이후로 늦춰 달라고 레미콘사들에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레미콘 업계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주요 시멘트사가 일제히 시멘트 가격을 올렸는데 바로 올리지 않고 기다려 준 것”이라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레미콘사만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최근 3년 새 42% 올랐다. 레미콘 주원료인 골재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건설 현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3월부터 시멘트 가격이 또다시 오를 수 있어 레미콘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비용 압박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장별로 비용이 커지면 결국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청약시장이 얼어붙어 분양이 안 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도 더욱 격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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