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단 부양책에도 韓증시 추락… 2500도 붕괴

이동훈 기자 2024. 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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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코스피가 주요 20개국(G20) 대표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코스피는 연초부터 연일 추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증시 부양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시장 변동성만 더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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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연초 성적, G20중 꼴찌
연초 보름간 낙폭, 금융위기후 최대
정부, 총선 앞두고 부양책 쏟아내
“포퓰리즘 정책이 되레 혼란 키워”… 주요 기업 실적부진 겹쳐 하락세
코스피 2500선 깨져… 환율은 1330원 넘어 1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8.40포인트(1.12%) 내린 2,497.5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500 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1331.8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2일(1342.9원) 이후 처음으로 1330원 위로 올라갔다. 뉴시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주요 20개국(G20) 대표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코스피는 연초부터 연일 추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와 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갖은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이라는 본질은 놓친 채 총선을 노린 단기 부양에 치중하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 역대급 하락 출발에 ‘초긴장’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5일까지 코스피가 4.87% 하락하면서 G20의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G20에 상장된 총 24개 지수로 범위를 넓혀도 중국의 선전종합지수(―5.13%)를 제외하곤 꼴찌다.

올해 들어 보름간 코스피는 2008년 금융위기(―7.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3일부터 14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도 1월 기준 역대 최장기 하락 기록이다. 코스피는 16일에도 전날보다 1.12% 하락한 2,497.59에 거래를 마쳤다. 2,500 선이 깨진 건 지난해 12월 이후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작으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각종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2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서 국내 증시의 오랜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전혀 다른 증시의 움직임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증시 관련 대책이 단기 부양에 치중한 채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증시 부양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시장 변동성만 더 키웠다”고 말했다.

● 기업 실적 악화, 증시 하락 부추겨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도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주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영업이익은 2조8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 대비 25.16% 줄었고, LG에너지솔루션도 3382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도 중국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정부 증시 부양책으로 인해 과도하게 오른 국내 증시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 등이 고금리 장기화를 예상하면서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한국 증시의 하락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1∼12월 코스피의 상승률은 12.12%로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65%), 일본 닛케이평균주가(4.74%)보다 높았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투자금 유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나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두 가지 단기 대책으로 국내 증시의 체질을 바꾸기 쉽지 않다”며 “기업과 증시 경쟁력을 키울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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