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국인은 가마솥!
지난 며칠간, 새롭게 들이기로 한 반려 냄비를 찾아보는 것으로 자투리 시간을 소비했다. 이번에 사기로 마음먹은 냄비는 바로 솥, 가마솥이다.
도기로 만든 뚝배기, 천연 곱돌을 깎아 완성하는 돌솥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전통 조리 기구로 손꼽히는 가마솥은 쇳물을 틀에 부어 만든다. 불에 직접 닿는 바닥면은 두껍고 열원에서 멀어지는 옆면은 얇아서 전체적으로 열이 고르게 전달되고 열전도율이 낮아서 온도가 오래도록 유지된다. 무엇보다 총 무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뚜껑이 묵직하게 누르면서 내부 압력을 높인다. 쌀은 높은 기압과 높은 온도로 가열할수록 달고 고슬고슬하게 익으니 밥을 짓기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그리고 밥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인 삼겹살을 익히기에도 이 무거운 가마솥 뚜껑만 한 것이 없다.
무쇠솥은 르크루제에서 스타우브, 롯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로 만나볼 수 있지만 뚜껑까지 조리 기구로 쓴다는 점이 전통 가마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밥을 지을 때면 차가운 행주로 닦아 안쪽에 수분이 고이게 하는 가마솥 뚜껑은 밀가루 전을 지질 때면 홀랑 뒤집어 무쇠 팬으로 활용한다. 내열성이 좋아 음식 겉면을 바삭바삭 지져(시어링·Searing) 맛 성분을 늘리는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내기에 최적이다. 즉, 아주 뜨거워서 고기가 순식간에 노릇해진다는 뜻이다. 가마솥과 함께 살았던 우리나라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 맛을 알고 있어 솥 없이 가마솥 뚜껑만을 캠핑용 그리들로 따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손잡이까지 통째로 쇳덩어리인 무쇠솥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해외에선 할머니 세대부터 물려받은 무쇠 팬을 지금도 현역으로 쓰는 집도 드물지 않다. 현대화와 더불어 사람들이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거쳐 다시 무쇠솥의 매력을 깨닫게 되기까지, 가마솥도 시대 흐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 아름만 한 크기에서 아담한 1인용으로 변신하고 요즘은 인덕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한국인은 밥심! 밥과 삼겹살을 이보다 맛있게 만들 수 없다는 의미에서 오래도록 반려 냄비로 함께하기에는 가마솥만 한 것이 없다. 알루미늄에 테플론 코팅을 한 ‘무늬만 가마솥’이 아닌, 뚜껑까지 그리들로 쓸 수 있는 정통 주물 가마솥을 새로운 주방 가족으로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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