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의 통합’ 이후 생길 재원… 한미약품, 상속세 납부에 쓴다

황규락 기자 2024. 1. 17.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합 때 사모 펀드가 큰 역할
결국 집안싸움으로 번질 위기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OCI와의 통합으로 취득하는 OCI홀딩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 납부에 충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미약품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임주현 사장의 경영권 유지를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오너 일가는 5400억원의 상속세를 안게 됐다. 이들은 3년간 분할 납부를 해왔지만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MG새마을금고가 주요 출자자인 사모 펀드 ‘라데팡스 파트너스(이하 라데팡스)’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새마을금고가 출자 결정을 보류하면서 매각이 사실상 불발됐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는 여전히 2000억원가량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예측이 계속 이어져 왔다.

한미약품이 OCI를 통합 대상으로 선택한 데에는 라데팡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데팡스는 한미약품과 장기간 신뢰를 쌓았고, 임주현 사장의 경영에도 힘을 실어줘 왔다. 지분 매입이 불발된 뒤에도 자문 역할을 하면서 OCI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이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자리를 지키며 자금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상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통합은 한미그룹의 ‘집안싸움’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통합 후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7.03%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17.69%다. 임종윤 사장은 통합에 반대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특수 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주주로서는 최대 주주인 임성기 창업주의 후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 통합의 ‘키’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