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손, 도중에 관두고 사라지고… 14배 늘었지만 ‘관리 사각’
언제 관두고 떠날지 몰라 불안”
불법 체류에 임금착취 사례까지
“정부 차원 관리시스템 구축 시급”
전북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고용한 A 씨는 16일 “동의 없이 근무 지역을 벗어난 이들을 신고할 의무는 있지만 정작 가장 바쁜 수확철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대책은 없다”며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계절 근로자들이 머물 숙소까지 만들었는데 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낮 12시경 경남 밀양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김모 씨(64)도 “10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대규모 농사를 아예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작 일손이 들어와도 너무 일을 못하거나 언제 관두고 떠날지 몰라 늘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처럼 계절 근로자 제도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 지난해 4만 명을 넘어섰지만 관리 감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어업에 한해 외국인을 한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했는데, 최근 규모가 폭증하면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984명→4만 명…4년 만에 14배 늘어
이에 따라 계절 근로자 규모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2019년 2984명에서 지난해 4만647명으로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근무지역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절 근로자 이탈자는 2019년 57명에서 2022년 1151명으로 20배 넘게 늘었다가 지난해 494명으로 집계됐다.
충북 보은군은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계절 근로자 35명을 고용했지만 중도에 떠나는 근로자가 늘자 50여 일 만에 조기 출국시켰다. 경북 봉화군도 지난해 15명이 떠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가에서 적응할 만하면 근로기간이 끝나거나, 중간에 사라져 불법으로 체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엔 불법 중개인에 의한 임금 착취 사례까지 확인돼 외국인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필리핀 계절 근로자 2명이 “인력송출업체 관계자가 임금을 착취하고 여권을 빼앗았다”며 약취 유인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지자체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는 최근 필리핀 로살레스시로 전담팀 실무자를 보내 계절 근로자 체력검사와 면접을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충북 괴산군도 자매결연한 중국 지린성 지안시 출신 중국인을 받아 절임배추 작업장 등에 계절 근로자로 배치했다. 나아가 지자체는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 담당자는 “정부 차원의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 체류 인원, 근무 현황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입국부터 체류 기간, 작업장 배치, 계약, 이력 관리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관리 플랫폼을 이르면 내년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플랫폼 구축 전 단계에서도 계절 근로자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체류관리과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단체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지자체의 관리 감독 능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도입 규모만 확대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전담기관을 지정해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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