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떼까마귀의 습격
얼핏 보면 검은색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보라색이 섞였다. 부리는 짧으면서도 강건하다. 높은 곳에 앉아 서너 번 연속으로 시끄럽고 빠르게 운다.
떼까마귀의 이력서다. 먹이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나무의 열매 등을 먹지만 벌레도 섭취한다. 대형 맹금류나 여우, 늑대 같은 포식자들도 공격해 먹이를 강탈한다. 둥지는 높은 나무나 절벽 끝자락, 송전탑이나 오래된 건물 등지에 만든다.
이 녀석들이 도심으로 몰리면서 평택지역 곳곳이 배설물로 몸살(경기일보 15일자 10면)을 앓고 있다. 평택시 통복동 주민들의 호소다. 주차된 차량들이 녀석들의 배설물로 뒤덮인다는 것이다. 인근 통복시장 상인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점포 찾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한 상인은 “음식을 먹는 곳에 이렇게 떼까마귀 배설물이 쌓여 있으면 누가 오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도심 외곽에 나무 등을 심어 떼까마귀들이 자연스레 도심에서 벗어나도록 서식처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에는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근 농경지로 옮겼다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잠을 자기 위해 도심을 찾아서다.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떼까마귀가 평택 서부지역 농경지 등 변두리에 머물렀지만 천적을 피할 수 있고 밤에도 따뜻해 도심으로 들어온다”며 “다시 외곽으로 유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떼까마귀는 인간에게 이로운 새인가, 아니면 해로운 조류인가. 결론은 이미 났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렇다. 오죽하면 이 녀석들이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아라는 시조도 있었겠는가. 고려 말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어머니 이씨 부인의 ‘백로가’다.
해롭든 해롭지 않든 어떡하겠는가. 녀석들과 공생해야 하는 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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