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대만 총통 선거 표심, 민생 현안 집중해야

경기일보 2024. 1.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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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한양대 ERICA 중국학과 부교수

1월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40.05%의 득표율로 당선됨으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 3연임이 이뤄졌다. 다만 우리의 국회의원격인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여야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야당인 중국국민당이 여당보다 1석을 더 많이 차지했다. 대만인들은 집권 여당에 대해서는 한번 더 국정 운영의 기회를 주는 대신 의회권력에 대해서는 견제의 모습도 보여줬다.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 주목할 점은 소위 ‘친중·통일=국민당, 반중·친미·독립=민진당’의 프레임이 아직은 그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총통 후보들의 선거공약에는 친중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92컨센서스’에 대한 공식 언급이 없었으며 국민당 후보마저 작년 9월 미국 방문을 통해 대만해협의 긴장완화를 강조함으로써 친미 이미지 형성에 노력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평화와 번영, 전쟁과 쇠퇴’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민진당 후보를 ‘트러블 메이커’이자 분리주의자’로 비난한 바 있으나 선거 결과는 중국의 의도대로 나오지 않았다.

민생 현안 역시 이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의 표심에 영향을 준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대만인들은 과거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했던 시기에도 대만경제의 과도한 중국 의존을 우려했고 최근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인해 경제사회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만 유권자의 약 31%를 차지하는 20~30대 젊은 세대는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오히려 민생 현안에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민중당 커원제 후보는 기존의 양당 대립을 돌파하기 위해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대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리고 민중당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선거전략을 통해 커원제 총통 후보의 26.46% 득표율과 함께 8석의 입법위원을 만들어냄으로써 향후 대만 정국의 캐스팅보드를 쥐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세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라이칭더 당선자는 대만의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에 방점을 두고 ‘현상유지’적 관점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라이칭더 역시 당선 직후 발표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가 민주의의의 승리와 외부 세력의 개입 방지 및 정권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자국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 관철하기 위한 유무형의 압박과 회유를 병행할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이 쉽지 않고, 최근 미중관계의 ‘안정적 관리’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강압보다는 소위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이 정교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지금부터 5월20일 대만 총통 취임식까지는 물론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국면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분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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