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철도 지하화와 도시경쟁력

경기일보 2024. 1.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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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도심을 통과하는 철길은 도시공간을 양쪽으로 분리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잘 나가던 도로가 끊기고 토끼굴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철길 옆의 주택들은 낡고 초라해 상권도 활기를 잃는다. 소음과 진동으로 집값도 맥을 못춘다.

‘경의선숲길’로 유명한 홍대입구역 부근은 힙한 카페와 옷가게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다. 공유오피스와 네이버의 창업기관이 들어서면서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니라 실력 있는 스타트업과 혁신 인력들이 모이는 혁신지구로 도약한다.

경의선숲길이 이어지는 공덕오거리에도 대기업과 창업지원 기관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도심 혁신지구로 변신 중이다. 이는 도시를 양분해온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고 그 상부가 공원으로 이용되면서 주변 지역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좋은 사례다. 소음과 진동으로 쇠락하던 지역이 힙한 가로와 공원, 물길로 단장되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도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장소를 선호하는 혁신기업과 혁신인력들이 모이면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직주락(職住樂)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주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도시의 도심부 철도 노선의 지하화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경부선, 경의선, 경인선, 경원선, 호남선, 광주선 등 전국 곳곳에서 지하화사업에 따른 기대감이 분출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전국 9개 철도 노선 총 188.8㎞를 지하화하는 초대형 도심 교통 개조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62조원에 달한다. 지하화사업이란 철도 부지 및 인접 지역을 고밀·복합 개발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지하화 건설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한다. 정부가 지상 철도 부지를 사업시행자에게 현물 출자하고 사업시행자는 채권을 발행해 지하 철도건설 사업비를 선(先)투입한 뒤 상부 토지를 조성·매각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식이다.

지하화는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철도 부지나 주변 지역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비용 회수가 가능한 지역, 사업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이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원칙과 기준을 정한 후 지역별 노선별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첫째, 지하화로 인한 공간구조 개편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 즉, 지상 공원화에 따라 기업의 유치와 창업 등 일자리 창출효과가 제시돼야 한다. 대도시의 도심부는 혁신기업이 선호하는 편리하고 매력적인 공간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철도숲길이 조성되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선형의 숲길 조성에 따른 수혜 지역이 넓고 노후한 주택과 상권의 정비 효과가 확산돼야 한다. 그러자면 해당 지자체의 주택정비사업과 기반시설사업 등 상위계획이 숲길과 연계되도록 제시돼야 한다.

둘째, 이런 사업이 실현될 수 있는 사업성이 확보돼야 한다. 철도상부 토지 매각이나 개발을 통한 수익이 명확해 지하화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고 민간투자가 가능한 사업구조가 제시돼야 한다. 주변 부동산가격만 올리고 자금 회수가 어려운 이상적 계획,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허술한 계획이 되지 않도록 종합계획과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지하화사업을 철도 단절로 인해 쇠락한 도심을 살리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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