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무대 200회 넘은뒤 카운트 안해”, “20년전 선생님과 작은 인연… 성악반주 꿈꿔”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4. 1.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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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의 국내 대표 해석가로 꼽히는 바리톤 박흥우(63)와 성악 반주 전문가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정태양(35)이 '겨울나그네'로 만난다.

'겨울나그네' 전곡을 몇 번 무대에서 노래했는지 묻자 박흥우는 "2022년 200회를 넘은 뒤부턴 세지 않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3년부터 피아니스트 신수정(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매년 열어온 '겨울나그네' 전곡 리사이틀은 국내 '겨울나그네' 대표 무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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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로 한 팀 된 바리톤 박흥우-피아니스트 정태양
바리톤 박흥우(오른쪽)가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정태양의 피아노 반주로 슈베르트의 ‘도펠겡어’를 노래하고 있다. 20년 넘게 인연을 맺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박흥우 제공
피아니스트 정태양
“제가 중학생 때니까 20년도 더 지난 일이죠. 라디오에서 박흥우 선생님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멋지게 부르시더군요. 박 선생님 홈페이지에 ‘선생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썼더니 제 주소를 물어보신 뒤 피아니스트 신수정 선생님과 녹음하신 ‘겨울나그네’ 음반을 보내주셨어요. 이 곡에 빠져든 계기였죠.”(정태양·피아니스트)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의 국내 대표 해석가로 꼽히는 바리톤 박흥우(63)와 성악 반주 전문가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정태양(35)이 ‘겨울나그네’로 만난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3일 본보와의 전화에서 정태양은 “10대 중반 라디오가 이어준 인연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스무 살이 되면서는 성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박 선생님 콘서트를 찾아다녔고 저희가 연습한 노래를 들려드리면서 조언을 구했죠. 그러면서 성악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마음도 먹게 됐습니다.”

바리톤 박흥우
박흥우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석사를 취득한 뒤 가곡과 교회음악 전문 바리톤으로 활동해 왔다. 2011년에는 독일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정태양은 이탈리아 라스칼라 아카데미와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인재로, 바리톤 김기훈 김주택, 테너 존노 등과 호흡을 맞추며 국내에 드문 성악 전문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겨울나그네’ 전곡을 몇 번 무대에서 노래했는지 묻자 박흥우는 “2022년 200회를 넘은 뒤부턴 세지 않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198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 첫 독창회에서도 ‘겨울나그네’ 전곡을 불렀다. 2003년부터 피아니스트 신수정(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매년 열어온 ‘겨울나그네’ 전곡 리사이틀은 국내 ‘겨울나그네’ 대표 무대로 손꼽힌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죽기 전 해인 1827년 빌헬름 뮐러의 시 24개에 곡을 붙여 만든 가곡집이다. 젊은이가 사랑에 실패한 뒤 방랑하며 황량한 주변 세계에 자신의 슬픔을 투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곡 ‘잘 자요’, 5곡 ‘보리수’, 24곡 ‘거리의 악사’ 등이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정태양은 “박흥우 선생님의 겨울나그네에는 갈수록 더 청년 슈베르트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예전에는 음악가에 연륜이 더해지면 표현을 덜어낸다고 상상했어요. 하지만 늘 극적인 표현을 더해가는 박 선생님을 보며 예술가의 성숙을 느낍니다. 슈베르트 당시의 연주 관습을 강조하시지만 자유로운 슈베르트가 들리죠.”

박흥우는 “겨울나그네는 사랑과 아픔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 전체의 얘기를 표현한다. 부를 때마다 매번 해석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는 14곡 ‘백발’과 15곡 ‘까마귀’를 꼽았다. “‘까마귀’에서 피아노의 역할이 특히 멋지죠. 까마귀가 하늘을 빙빙 돌다가 조금씩 다가오는 걸 피아노가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그는 “슈베르트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이 현대인의 삶에도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매번 겨울나그네를 노래한다”고 말했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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