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밑천이 다 드러난다.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개시됐다.
태영건설 위기가 공격적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확대에서 시작했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욕심이 과했다"고 했다. 태영건설은 남들이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뒤늦게 PF사업에 뛰어들었다. 후발(?) 사업자이다 보니 공격적이었다. 좋지 않은 사업장에도 손을 댔다. 자기 돈이 부족하다보니 남의 돈을 끌어 썼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이 374%까지 치솟았다.
처음엔 금리가 낮아 이자를 내고 사업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았다. 사업성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PF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PF대출 만기가 100% 연장되다가 2022년 4분기부터 일부 사업장 대출 만기가 연장되지 않았다. 태영건설은 연장되지 않은 사업장 빚 1894억원을 대신 갚았다. 지난해말까지 대신 갚아준 대출은 8940억원으로 커졌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4000억원을 빌리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위기가 커지자 한참 전에 은퇴한 91세의 윤세영 회장이 나섰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갚아야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올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보증액만 9189억원에 이른다.
PF 사업이 좋을 때 태영건설은 넉넉히 배당했다. 2020년, 2021년에 각각 130억원, 140억원 배당했다. 위기를 감지했을 2022년에도 90억원을 배당했다. 태영건설 배당 일부는 소유주 일가에게 돌아갔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2022년 55억원 배당했다. 윤석민 회장 등 소유주 일가는 티와이홀딩스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얘기한 '이익의 사유화'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에도 태영그룹은 지주사 지키기에 급급했다. 태영건설에 투입할 자금을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해소에 썼다. 조단위 가치를 지닌 자회사를 헐값에 외국계 PEF(사모펀드)에 넘기게 생겼으니 억지를 부렸다. 채권단 신뢰를 잃은 건 당연했다. 윤세영 회장도 "일부 자금계획에 이행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다"고 반성했다.
다행히 약속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했고 '필요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소유주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물론 SBS 지분까지 모두 내놓기로 하면서 워크아웃 개시까지 왔다. 손실의 사회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첫 단추다.
하지만 아직 불안에 떠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손실의 사회화 우려가 남은 셈이다. 우선 협력 업체들. 태영건설이 수주한 공사에 자재를 공급하고 인력을 대는 곳은 혹시라도 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일용직 서민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수분양자도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분양이 이뤄진 사업장이야 끝까지 건물이 올라가겠지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은 정리될 수 있다. 태영건설과 채권단도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장은 구조조정하겠다고 했다.
워크아웃 이후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채권단이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때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 있다는 엄포는 허언이 아니다. 워크아웃의 성공률이 법정관리보다 3배 높다고 하지만 10곳 중 6곳 이상이 실패한다.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앞으로 손실의 사회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을 포함한 정부도 살얼음판이 깨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올해 한국 경제는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사이 손실의 사회화 과정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앞으로 다가올 손실의 사회화를 최소화하는 기준이 된다. 여기엔 당연히 이익을 사유화한 이들이 사유화한 이익을 사회에 되돌리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포함된다.
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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