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고(故) 이선균 마지막 70일.. "3차 때 극심해진 불안" [종합]
'PD수첩'이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70일을 되짚었다.
1월 1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이선균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 유명인의 피의사실공표 문제 및 경찰의 실적 위주 마약 수사 의혹의 배경과 문제점을 살폈다.
지난달 27일 배우 이선균은 갑작스레 삶에 마침표를 끊었고, 동료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마약 투약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지 70 여일 만이었다.
'PD수첩'은 지난해 9월 마약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신씨를 만났다. 신 씨는 "마음이 안 좋다. 저는 이선균 씨와 관련도 없지만 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유흥업소 종사자) 김 씨가 전 여자친구한테 지속적으로 마약을 주고 이런 것 때문에 만나지 마라 하다가 계속 마약을 하고 이상한 짓을 해서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이선균, 지드래곤까지 나와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0월 18일 김 씨가 체포됐고, 다음 날 피의자 심문이 진행됐다. 첫 경찰 조사가 끝나고 3시간도 안 돼 이선균의 마약 내사 중이라는 단독 기사가 최초로 보도됐다. L 씨가 이선균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정보도 나왔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경찰에서도 그 내부자를 찾고 있더라.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이게 어떻게 진행됐다고 말씀드리면 제보자 분이 특정될 수 있어서"라며 머뭇거리면서도 "경찰에 확인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초 보도 후 마약 투약 혐의로 내사 중인 인물 중 이선균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곧바로 실명 보도로 이어졌다.
백민 변호사는 "내사는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하기 전에 풍문이나 제보를 받았을 때 혐의가 개연성이 있는지 수사기관 내부에서 조사하는 절차다. 이 사건은 입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사 단계부터 관련자 진술이 언론에 알려졌다. 굉장히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선균이 마약 투약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한 사람은 김 씨가 유일하다. 김 씨는 경찰에 총 11차례 불려갔고, 그중 이선균의 마약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건 7 차례.
현직 경찰 A는 "이선균 씨 관련된 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 아니냐. 혐의가 입증이 되든 안 되든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인과 주고 받은 메시지를 보며 이선균의 투약일을 특정했지만 CCTV 결과 날짜가 맞지 않았다. 김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했고,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음에도 이선균을 입건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이선균의 소변 간이 검사는 음성, 모발 정밀 검사도 음성이었다. 이후 진행된 체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변호사는 "같이 수사선상에 오른 지드래곤이 불송치 되면서 수사한 경찰 입장이 난감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4차 마약 음성 결과에도 경찰에 3차로 공개 소환됐다. 이선균은 3차 소환 당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인천 경찰청 측은 이에 대해 "이선균 씨 측에서 변호인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비노출 출석을 요청했지만 경찰에서는 '지하를 통해 이동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백민 변호사는 "원래 수사는 기밀로 해야 정상인데 이렇게 보여주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를 통해 이 사람은 범죄자가 맞다는 낙인을 찍고 자백을 하게끔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람이 (공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계속 '성실하게', '진솔하게' 라는 단어를 쓴다. 이 안에서 자신의 진정성이 드러날 거란 기대를 한 거 같다. 3차 조사 이후에 이 사람이 한 얘기를 보면 그러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굉장히 강도 높게, 불안이 확 고조되어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선균 씨가 기자들에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방송인이어서 몸에 밴 메시지일 수도 있는데 언론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한 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자신이 공갈 협박범의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과 공갈범 어느 쪽 진술이 신빙성 있는지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태경 교수는 "이게 나에게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신호를 본인이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해도 이 균형은 안 맞을 것 같다는 엄청난 공포가 3차 조사 때 느껴졌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게 이 사람이 절망하게 된 키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3차 조사 19시간 중 공갈, 협박 사건 조사 관련 시간은 1시간 반에 그쳤다고.
3차 조사 이틀 뒤 이선균 측은 거짓말 탐지기 요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수사관이 내내 유흥업소 실장 성을 뺀 친숙한 호칭을 부르고 경찰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주는 김 씨에게 경도된 듯한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심야 조사가 이어진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조사 당시 변호인 측에서 조사를 한 번에 마무리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심야 조사는 고인의 동의와 변호인 참여하에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3차 조사 3일 후, 12월 26일 이선균의 통화 녹음 파일도 유튜브를 통해 퍼져 나갔다. 다음 날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매주 화요일 밤 9시 방영되는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기 위한 성역 없는 취재를 지향하는 심층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다.
iMBC 이소연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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