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전문가들이 고 이선균에 대한 경찰의 압박 수사 행태를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내사 단계임에도 이니셜 의혹 보도가 나온 것부터 3차 공개 소환 조사까지 이선균이 받았을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6일 전파를 탄 MBC ‘PD수첩’에서 지난해 9월 자신의 전 연인에 대한 마약 혐의를 신고했던 신씨는 “마음이 진짜 안 좋다. 솔직히 말해서 저 때문은 아니다. 여친 때문에 신고했는데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거다. 김씨(유흥업소 실자)가 전 여친한테 지속적으로 마약을 줬다. 만나지 마라 했는데 이상한 짓을 하니까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 여친과 김씨의 마약 투약 횟수가 많다. 그런데 이선균이랑 김씨에게 타깃이 돌아갔다. 이선균 이름은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이선균이 튀어나오고 지드래곤이 튀어나오니 얘네들은 묻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김씨에 대한 마약 혐의 내사가 본격화 됐고 10월 18일 체포됐다. 김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이 시작된 건 19일 오후 2시 19분. 그런데 3시간도 안 돼 이선균의 내사와 관련된 첫 이니셜 보도가 나왔다. 이에 해당 기자는 “경찰에서도 내부자를 찾더라. 제가 어떻게 진행됐다고 얘기하면 제보자가 특정된다. 경찰에 확인한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사 단계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혐의가 개연성 있는지 수사기관 내부에서 먼저 조사하는 단계다. 입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알려졌다.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현직 경찰 또한 “피의자 입건도 아닌데 대상자가 언론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는 건 매우 부정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이선균은 첫 경찰 소환 조사에서 “지금까지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런데 입건 당시 신빙성 있는 증거가 확보된 건 아니었다. 목격자는 김씨가 유일했다. 2주가 김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11차례 진행됐는데 그중 7차례에 걸쳐서 이선균의 혐의에 집중됐다. 경찰과 김씨가 이선균을 언급한 건 무려 196회라고. 현직 경찰은 “혐의 입증이 되든 안 되는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니까 무리하게 진행을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변호사 또한 “범행일시, 장소, 투약방법, 마약종류가 기본적으로 확인이 돼야 피의자로 입건해서 소환조사를 할 수 있다. 통신영장을 통해서 기지국 위치 확인을 했을 텐데.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유도했을 수도 있다”며 김씨에 대한 경찰의 조사 방식이 잘못됐음을 언급했다.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이선균의 소변 간이 검사 결과와 긴급 정밀 감정 결과는 음성이었다. 현직 경찰은 3차례 모두 마약 관련 음성 판정을 받고 소변, 모발, 체모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던 이선균에 대해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는 투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체모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 수사 기밀 유출을 통해서 여론의 관심을 받고 한편으로는 유죄를 밝혀야 된다는 압박감 떄문에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된 것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반면 인천경찰청은 “감정결과는 음성이 나왔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토대로 법적 절차에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선균은 내사 단계에서부터 실명 의혹 보도의 주인공이 됐고 3차례나 공개 소환 조사를 당했다. 3차 때엔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거부했다. 당시 인천경찰 측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한 비노출 출석을 요청한 사실은 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답변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는 “당사자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될 수도 있다. 공개 소환을 하면서 이선균이 당한 고통은 크다. 아직 혐의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변호사도 “극장식 보여주기식 수사다.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해. 부족한 증거를 여론몰이를 통해서 낙인을 찍고 수사 대상자가 압박에 자백을 하게끔 만든다”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여론몰이 수사기관의 휘두르기 마녀사냥을 해나가는 게 어떻게 정상적인가”라고 분노했다. 전문가는 “공개 소환은 공인이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부정부패한 일을 했다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지만 유명인은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측면은 있지만 알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당시 이선균과 함께 피의자로 입건된 지드래곤에 대해 경찰은 12월 18일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는 “지드래곤이 불송치 되면서 경찰들 입장에선 난감했을 듯하다. 의욕을 갖고 언론에 터뜨리며 수사를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수사하는 입장에선 압박이 됐을 것이다. 과잉 수사로 비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이선균의 경찰 소환 조사 당시 영상을 본 심리학자는 “이선균이 포토라인 앞에서 성실하게, 진솔하게라는 단어를 쓴다. 객관적이고 신뢰도 있게 진술하면 자기의 진정성이 드러날 거란 기대를 한 것 같다. 하지만 3차 조사 이후엔 그러지 못할 거란 불안이 강도 높게 고조돼 있다”고 분석했다.
12월 23일 오전, 3차 출석해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고 새벽 5시에 나온 이선균은 당시 취재진 앞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 피해자로서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다.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저와 공갈범들 사이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던 바.
심리학자는 “1차보다는 3차 때 조금 더 화가 난 느낌이다. 처음으로 본인 의견을 낸다”, “균형감 있게 해달라고 한다.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본인이 포착했을 듯하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해도 균형이 안 맞을 거라는 공포가 이 사람이 절망하게 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이선균의 사적인 녹음본이 유출됐고 결국 다음 날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경찰청은 “고인의 사망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 최초 보도 당시 내부 정보가 유출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는. 그런데 수사기관 언론기관이 피의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 사회에는 피의자가 유죄라는 심증이 생긴다. 수사 기소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거다. 그런데 유죄의 결과를 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경찰청장은 “안타까운 선택이다. 이선균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하지만 과연 경찰 수사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 청장으로서 동의하지 않는다. 비공개로 수사하면 저희가 감당하기 힘들다. 비공개 소환으로 수사했을 때 용납하겠나”라며 대중의 탓으로 돌려 씁쓸함을 자아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