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악화·PF 직격탄…사라진 증권사 '1조 클럽', 올해는?

이한림 2024. 1.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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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기록 증권사 '無' 전망
금리 인하 기대감·리스크 관리 충실에 올해는 다르단 평가도

17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 2022년 메리츠증권이 국내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한 후 자취를 감춘 증권사 '1조 클럽'이 지난해도 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주식 거래대금이 전년보다 증가하면서 매출에선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이나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대거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잠정 실적을 전망한 국내 증권사 7곳(키움·삼성·한국투자·NH투자·미래에셋·메리츠·대신증권) 중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 원을 넘은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지난해 3분기까지 2차전지 등 섹터 중심의 주식 거래가 활발하면서 순항하는 듯했으나, 4분기에 충당금이나 손실 등이 반영되면서 뒷걸음질 친 모양새다.

먼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위였던 키움증권은 4분기 16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분기 적자 전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사태에 따른 미수금 발생으로 4300억 원의 손실이 4분기에 반영된 까닭이다. 리테일 부문 1위의 강점을 단기간 리스크 관리 실패로 발목을 잡힌 탓에 연간 영업이익은 7000억 원가량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영업이익에서 전년 3분기보다 28.9% 오른 2013억 원을 따내 깜짝 실적을 기록한 삼성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557억 원에 그치면서 연말까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모양새다. 다만 삼성증권은 3분기까지 이어진 호실적에 8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위 자리에는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이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4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수익성은 감소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9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물론, PF 등 충당금 손실이 타 증권사 대비 비중이 작았던 게 유효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000억 원대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 8855억 원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수익성이 4배 뛴 대신증권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2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악화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더팩트 DB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배경으로는 기업금융(IB) 관련 자산 손실과 신규 딜 부재,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 부동산 자산가치 감소, PF 업황 악화 등이 꼽힌다.

또한 4분기에는 여전한 고금리 기조와 투자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믿는 구석이던 주식 거래 관련 실적도 부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 예탁금은 지난해 총 49조9700억 원으로 전년(56조7200억 원)으로 11.90% 감소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투자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4분기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000억 원으로 3분기보다 28.6% 줄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은 해외 투자 자산 등의 평가 손실과 손상 차손, 4분기에도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올해는 증권사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는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는 '상고하저' 흐름이었다면, 올해는 상반기까지 증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단기적인 PF 재정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하반기부터 여러 호재들이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또한 리스크 관리와 수익 구조 개편을 올해 중점적인 목표로 두고 최고경영인(CEO)을 대거 교체한 효과도 하반기부터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더 이상 인상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시장에 깔린다면 채권 수요도 회복되면서 증권사 수익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2차전지 등 한 섹터 쏠림현상이 소멸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이 줄었으나, 올해는 증시가 저점인 것으로 판단되면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다시 투자 수요가 몰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서 호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손익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증권사들이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 PF 우려에 대비해 온 만큼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여 실질적 타격은 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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