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백→레프트백 완벽 전환! '포스트 이영표' 향기 풍긴 설영우[심재희의 골라인]
경기 중 변신, 멀티 포지션 소화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클린스만호가 15일(이하 한극 시각) '중동의 복병' 바레인을 꺾고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첫 단추를 잘 뀄다. 예상대로 바레인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전반전 중반까지 고전했고, 후반전 초반 동점골을 얻어맞고 위기에 빠졌다. 레트프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기제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선제골의 좋은 흐름을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이기제를 교체하려고 준비하는 사이에 동점골을 내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6분 동점을 허용한 뒤 곧바로 이기제를 빼고 김태환을 투입했다. 김태환을 라이트백에 두고, 라이트백으로 활약한 설영우를 레프트백으로 옮겼다. 오른쪽과 왼쪽 측면에서 모두 잘 뛸 수 있는 설영우를 믿고 전형 변화 없이 경기를 계속 펼쳤다. 설영우는 기대에 부응하며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준수한 수비로 바레인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공격 가담도 과감하게 펼쳤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 에너지를 높였다. 빠른 발을 활용해 폭넓게 움직였고, 영리한 플레이로 대표팀 왼쪽 날갯짓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대선배 이영표를 연상케 하는 활약상을 보였다. 이영표는 2002 한일월드컵부터 10여 년간 대표팀의 부동의 레프트백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는 왼쪽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가치를 드높였다. 팀 상황에 맞게 라이트백을 보기도 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적도 있다. 특유의 헛다리 드리블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배달하고, 간간이 직접 골도 넣으며 레전드로 거듭났다.
현재 클린스만호는 사이드백에 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레프트백 자원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고민이 깊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정상적으로 뛸 수가 없고, 이기제도 경기 감각 저하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설영우가 '멀티 자원'으로 뒤를 잘 받쳤다. 오른쪽과 왼쪽 후방을 모두 든든하게 지키면서 한국의 전진을 잘 뒷받침했다.
아시안컵 같은 국제대회는 장기레이스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러 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내야 하고, 이후 토너먼트 진검승부를 벌인다.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기 내외적인 변수에 잘 대응해야 한다. 선수들의 부상과 경기 도중 퇴장 발생 등 돌발 상황이 나왔을 때 얼마나 기본 전형을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전형 탄력도 측면에서 설영우 같은 멀티 자원은 가치가 매우 높은 선수다.
설영우는 20일 요르단전에서도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백이 아닌 레프트백으로 기본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제의 경기력이 너무 떨어졌고, 김진수도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대표팀 막내군으로 분류되는 설영우의 존재가 클린스만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설영우(위, 중간 오른쪽). 사진=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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